◇비임상 단계 , 프리밸류 4년새 500억→880억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프레이저테라퓨틱스는 2021년 170억원 규모 시리즈 A 이후 장시간 추가 투자 유치 없이 운영을 이어왔다. 작년 공동연구 파트너사인 대원제약(003220)이 2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했지만 이 외 규모 있는 외부조달은 지난 라운드 이후 4년 만에 금번 유치한 290억원 규모 시리즈 B 라운드가 유일하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는 시리즈 A에서 500억원이던 프리밸류(투자전 기업가치)가 시리즈 B에서 880억원으로 올라섰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비임상 단계 물질로 밸류업에 성공했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프레이저테라퓨틱스의 ‘SPiDEM’ 플랫폼 기술력을 높게 산 것으로 파악된다.
인경수 프레이저테라퓨틱스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기존의 프로탁(PROTAC)이나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 기반 TPD 기술이 한계를 보였던 응집 단백질(protein aggregates)이나 막 단백질(membrane protein)과 같은 난공략 표적에 대해서도 분해가 가능한 점, 그리고 항체 기반 치료제와도 경쟁 가능한 새로운 모달리티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인경수 프레이저테라퓨틱스 대표(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인 대표는 면역학 전문가로, 유비퀴틴화(ubiquitination)에 의한 세포 신호 전달 및 오토파지(autophagy) 조절 연구, 세포 내 선천면역신호조절 연구와 염증치료제 및 항바이러스제 연구를 진행했다. 공동창업자이자 사내이사인 김 교수는 의약화학(medchem) 전문가로 합성 분야를 맡고 있으며 이 교수는 동물실험 전문가다.
안 CFO의 경우 KAIST 산업경영학 학사, 인디애나주립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액셀러레이터(AC)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공동창업자이며 SKT 등에서 근무한 전략 및 사업화 전문가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는 현재 30명 이하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SPiDEM 플랫폼 ‘케미컬 모이어티=유비퀴티네이션’
인 대표는 “SPiDEM 플랫폼은 기존 프로탁처럼 특정 E3라이게이즈를 활용하는 구조가 아니다. 세포 내에는 약 700여 종 이상의 E3라이게이즈가 존재하며 표적 단백질에 따라 관여하는 E3가 달라진다. SPiDEM은 이처럼 표적 단백질에 적합한 E3라이게이즈를 선택적으로 유도해 활용하는 기술이라 범용성이 크다”고 말했다.
인 대표가 말하는 프로탁은 TPD의 한가지 유형으로, 2개의 라이간드(저해제)를 하나의 링커로 연결시킨 것이다. 저해제는 ‘유비퀴틴’과 ‘프로테아좀’으로, 타깃단백질에 유비퀴틴을 붙이면 프로테아좀이 분해하는 기전이다. E3라이게이즈라는 효소가 유비퀴틴이 단백질에 붙게끔 한다.
단점은 일반 스몰몰레큘의 3배에 달하는 물질사이즈다. 또, 전세계적으로 임상단계에서 연구되는 E3라이게이즈가 CRBN과 VHL 뿐이라 타깃할 수 있는 단백질이 제한적이다. 실상으론 CRBN만 선호되는 상황이다. VHL의 경우 특허회피가 쉽지 않고 약물동력학적(PK) 제약이 있다.
한편, 프레이저테라퓨틱스의 SPiDEM 플랫폼은 ‘워헤드’(탄두 역할을 하는 약물)에 붙인 케미컬 모이어티(moiety)가 직접 유비퀴티네이션을 일으켜서 링커나 E3라이게이즈 바인더(binder)가 필요치 않다. 때문에 물질 사이즈가 작고 뇌혈관장벽(BBB) 투과가 가능하며 물성이 좋아 약물동력학적 프로파일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대표는 “제넨텍(Genentech)에서 일부 유사 기전의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현재까지 직접적으로 동일한 기전을 활용하는 기업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유사한 플랫폼 기반 접근을 시도하는 글로벌 피어로는 리시아테라퓨틱스(Lycia Therapeutics), 플렉시움(Plexium) 정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프레이저테라퓨틱스는 단독 임상 진입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당분간 초기 연구에 집중하고 향후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워헤드’를 가진 글로벌 파마와 공동개발하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인 대표는 “TPD 중 가장 앞선 파이프라인인 타우(Tau) 타깃의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는 2027년경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공동개발 파트너와의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는 현재 유한양행(000100), 대원제약과 공식적인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외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가능성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