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권역 오피스 '물량폭탄' 공포에도…"과한 우려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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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4월 24일, 오후 06:09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서울 도심권역(CBD) 오피스 시장이 향후 대규모 물량 공급으로 출렁거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SK그룹 등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영향으로 기존 건물에서 이전하는 움직임이 있는데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도시정비형 재개발 구역, 세운 재정비촉진구역, 서울 양동지구 등에서 대규모 프라임급 오피스가 공급되고 있다.

다만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도심권 공급물량 3분의 1은 사옥 용도로 흡수될 수 있으며 3분의 1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나 인허가 문제로 실제 공급이 안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대기업 계열사들, 임대료 절감 이동…하반기 추가 공실

24일 상업용부동산 투자서비스회사 컬리어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도심권역(CBD) 공실률은 4.5%로, 전 분기 대비 1.7%포인트(p) 상승했다. 대기업 이전과 신규 공급 영향이다.

SK그룹 계열사인 티(T)맵모빌리티가 서울 중구 ‘SK-C타워’(구 충무로15빌딩)로 이전하면서 ‘대신343’(대신파이낸스센터)에 공실이 발생했다.

대신파이낸스센터 (사진=네이버맵 캡처)
대신343은 서울 중구 삼일대로 343에 있는 지하 7층~지상 26층, 연면적 5만3369.25㎡ 규모 건물이다. 지난 2017년 6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SK그룹은 작년 초부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비용 절감에 돌입했으며, 다수 계열사들도 사옥 이전에 나섰다.

SK그룹이 작년 한 해 매각한 자산은 SK렌터카, SK매직 가전사업,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 엘리먼츠, 베트남 최대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 유통 전문 자회사 원커머스 등이다.

이같은 구조조정과 더불어 SK그룹 계열사들도 여럿 사옥을 이전했다. 새로 둥지를 튼 건물은 SK그룹 산하 SK리츠가 보유한 건물인 ‘SK-C타워’(구 충무로15빌딩)다.

앞서 SK리츠는 중구 충무로에 있는 ‘충무로15빌딩’을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를 통해 1994억원에 편입했다. 건물은 당초 ‘티마크호텔 명동’으로 운영됐다가 이지스자산운용이 매입해 증축·리모델링을 거친 후 오피스 빌딩으로 탈바꿈했다.

이를 SK리츠에서 사들였다. 건물은 지하 4층~지상 15층, 연면적 2만1641.11㎡(약 6546평) 규모다. 건물 명칭은 ‘SK-C타워’로 변경됐다. 각 SK그룹 계열사당 임차면적 비중은 SKC(59%), SK C&C(21%), 티맵모빌리티(20%) 순이다.

SK리츠가 매입한 ‘충무로15빌딩’(향후 ‘SK-C타워’로 명칭 변경) (자료=SK리츠)
◇ 107빌딩 추가 공급…을지로3가·세운 재정비구역 개발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HK이노엔은 기존에 ‘파인애비뉴 A동’에 입주했었지만, 최근 판교 신사옥으로 이전해 3개 층이 공실로 남았다.

파인애비뉴 A동은 서울시 중구 을지로 100에 위치한 지하 6층~지상 25층, 연면적 6만4224㎡ 규모 오피스 빌딩이다.

‘페럼타워’에 입주했던 한온시스템도 한국앤컴퍼니와의 통합으로 판교 한국앤컴퍼니 사옥으로 이전했다. 페럼타워는 서울 중구 을지로5길 19에 위치한 지하 6층~지상 28층, 연면적 5만5695㎡ 규모 빌딩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도심권역에 추가 공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우선 ‘그랑서울1’ 빌딩 주요 임차인인 SK스페셜티 등 SK그룹 계열사들이 이탈한다.

그랑서울은 서울에서 월 임대료(3.3㎡당 월 14만2100원 선)가 가장 높은 빌딩 중 하나다. 이에 따라 그랑서울에 입주했던 일부 대기업들이 높은 임대료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고려하기도 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서울지하철 2·3호선 환승역 을지로3가역 인근에 준공된 ‘프로젝트107빌딩’이 전체 공실 상태로 재고 물량에 추가됐다. 이에 따라 도심권역의 공실이 증가했다.

프로젝트107빌딩은 서울 중구 초동 107-12번지에 위치한 지하 5층~지상 16층, 연면적 3만8860㎡ 규모 오피스 빌딩이다.

도심권역에 추가 공급이 이뤄질 경우 공실률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 도심권역에는 △KT광화문 빌딩 웨스트 사옥 △이노88타워(구 삼환빌딩)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돼서 신규 오피스가 공급될 예정이다.

◇ 힐튼호텔·메트로·서울로타워 개발중…대형 오피스 공급

이밖에도 을지로3가 도시정비형 재개발 구역, 세운 재정비촉진구역, 서울 양동지구 등에서 대규모 프라임급 오피스가 공급된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제6지구(중구 수표동 35-10번지 일대)에는 지하 6층~지상 17층 규모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선다. 시행사는 우림에이엠씨,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며 내년 준공 예정이다.

서울 중구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3-3구역, 3-9구역을 비롯한 을지로 일대에는 지상 32층~41층 규모 프라임급 오피스 5개동이 신축된다.

또한 서울 중구 양동구역 제4-2·7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장에는 힐튼호텔이 철거되고 건물 2동이 들어선다.

새로 들어설 건물 2동은 △지하 10층~지상 34·39층, 높이 141.8m, 연면적 33만8982.69㎡ 규모 업무·숙박·판매시설 △지하 4층~지상 8층, 높이 35.27m, 연면적 1만172.12㎡ 공공청사다.

‘이오타 서울’ 조감도 (자료=이지스자산운용)
힐튼호텔 인근에는 메트로타워, 서울로타워 연계 개발도 진행 중이다. 메트로타워, 서울로타워는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8-1·6지구 재개발사업’에 해당한다. 이 사업장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위한 공람·공고도 했다.

두 프로젝트를 통합한 사업명은 그리스어로 ‘완결성’을 상징하는 ‘이오타’로 정해졌다. 이처럼 서울 도심권역 오피스 시장에 대규모 물량이 공급되고 있어서 향후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도심권 공급물량 3분의 1은 사옥 용도로 흡수될 수 있으며, 3분의 1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나 인허가 문제로 실제 공급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현주 컬리어스 이사는 “PF 대출 기준 강화로 공사 일정이 지속적으로 지연될 전망이며, 그 결과 공급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며 “또한 신규 오피스들이 기존 도심 핵심 지역(광화문역·시청역 부근)을 대체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