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작년 5월 기준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도입해 대체자산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최근 KIC도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다음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다만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으로 발생하는 한계점도 존재하는 만큼 KIC는 용역이 끝난 후 내부적으로 논의해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IC는 ‘한국투자공사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체계(TPA) 도입 관련 연구용역사 선정’ 관련 입찰공고를 지난 8일 올렸다.
KIC는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개최해서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및 ‘기획재정부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 평가 업무처리 규정’을 준용해 기술능력과 입찰가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입찰에 참가하려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 중 한 곳 이상에 글로벌 네트워크(법인)를 갖추고 전략적 자산배분 및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체계(TPA) 관련 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어야 한다.
서류제출 마감은 오는 30일이며, 제안서 평가(PT)는 다음달 5일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다음달 9일 이내 이뤄진다. 사업 기간은 다음달 23일~오는 12월 22일까지다. 이 기간은 계약 이후 용역 시작일로부터 6개월이다.
선정된 기관이 수행할 업무는 △장기 절대수익 제고를 위한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체계(TPA)’ 도입 검토 △레퍼런스 포트폴리오(RP) 도입 검토 △자산 분류체계 검토 △대체자산 기회비용 방법론 검토 △포트폴리오 차원의 통합 유동성 관리 방안 검토 △성과평가 체계 변경 검토 △통합 포트폴리오 관리 조직 및 실행펀드 도입 검토 △해외 국부펀드 및 연기금 사례 조사 등이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작년 5월부터 대체투자에 기준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도입했다. 이로써 대체자산 시장에 기금운용본부가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기준 포트폴리오는 기금이 장기적으로 감내해야 할 위험 수준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수익률과 위험군을 주식, 채권 등 단순한 자산군의 조합으로 나타낸다.
국민연금이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한 목적은 위험자산 비중 내에서 다양한 유형의 대체자산에 신속하게 투자해서 기금 수익률을 더 높이는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중기 자산배분계획을 수립해왔다. 그러나 이 경우 사전에 정해진 자산군만 투자가 가능해서 신규 상품이 상시적으로 등장하는 최근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작년 5월 ‘기준 포트폴리오’라는 새로운 자산배분체계를 도입했다. 기준 포트폴리오는 기금이 장기적으로 감내해야 할 위험 수준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수익률과 위험군을 주식, 채권 등 단순한 자산군의 조합으로 나타낸다.

이 위험을 기준 포트폴리오의 구성 요소인 주식과 채권으로 나눴을 때 어느 정도 위험을 부과해야 하는지 분석한다. 분석 결과 주식은 40%, 채권은 60% 위험을 갖는 것으로 나오면 부동산에 100을 투자하기 위해 주식 40과 채권 60을 매도해서 자금을 마련한다.
이렇게 투자한 부동산은 주식과 채권 대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 40, 채권 60에 대한 기회 비용이 발생한다. 즉 특정 자산에 투자할 경우 기회비용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해야 투자하는 의미가 있게 된다.
운용역은 이 주식과 채권의 차입 비용보다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펀드를 골라서 투자하게 된다.
◇ 美 주식·채권, 상관성 높아져…분산투자 효과 약화
다만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으로 발생하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대체투자를 복제하는 요소가 ‘해외 주식’과 ‘국내 채권’이다. 하지만 이는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다소 단순한 구성이며, 대체투자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 요소를 더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컨대 캐나다연금투자(CPPI)는 대체투자 복제 요소(Factor)를 6~7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PPI가 사용하는 리스크 팩터는 주식, 금리(채권가격) 외에 경제 성장률, 물가, 신용 스프레드, 신흥시장(이머징마켓) 등이다.
신용 스프레드란 국채(무위험채권)와 회사채(위험채권) 간 금리차이를 말한다. 영국 대학퇴직연금(USS)도 기준 포트폴리오(레퍼런스 포트폴리오)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이곳도 주식, 금리 외에 크레딧, 비유동성자산을 쓰고 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주식·채권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두 자산군으로만 조합을 만든 것의 한계점으로 꼽힌다.

미국 S&P500지수와 미국 10년 국채선물 가격의 월별 상관계수 추이 (자료=코스콤)
이 밖에도 특정 대체자산은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데 제약이 존재한다.
예컨대 부동산, 인프라처럼 유동성이 낮은 자산은 신속한 조정이 어렵다. 사모펀드의 경우에도 투자기간이 장기인 경우 단기적 시장변화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
조은영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작년 7월 전주 NPS 포럼을 앞두고 “이런 제약을 보완하기 위해 유동성이 높은 대체자산군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모와 사모시장을 연계해서 포트폴리오의 위험-수익 특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IC는 이같은 기준 포트폴리오의 한계점 등을 검토해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KIC 관계자는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체계(TPA) 도입의 효용과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여부는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로 논의 및 검토를 거쳐 판단하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