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데 맞춰 회계 투명성도 높아져야 기업가치가 상승한다는 논리로 정부를 설득해 (지배구조 우수 기업에 대한) 지정 감사제 면제 시도는 철회됐다”며 “이제는 국가 전반에 걸쳐 체계적이고 일관된 회계정책을 수립·집행할 수 있도록 회계기본법 제정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 실적과 앞으로의 중점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이날 최 회장은 남은 임기에 걸쳐 회계제도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의원 시절 지정 감사제 등을 담은 ‘신(新) 외부감사법’ 발의와 처리를 주도해 ‘신외감법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지정 감사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6년 연속 자율적으로 선임하면 다음 3년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도록 하는 제도다.
애초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인센티브로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 기업에 지정 감사제를 면제하려고 했지만, 회계 투명성 강화 기조에 역행한다는 회계업계의 지적에 따라 면제가 아닌 3년 유예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유예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은 최대 9년간 감사인을 자율적으로 선임할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은 지정 감사제 관련 쟁점이 일단락된 만큼 앞으로 회계기본법 제정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회계기본법은 현재 근거 법령과 주무 부처, 회계기준이 제각각인 영리법인, 비영리법인의 회계·공시 규율 체계를 총괄하는 법으로, 회계기준부터 외부감사·공시·감독까지 전 과정 법령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 회장은 “국가 전반에 걸쳐 체계적이고 일관된 회계정책을 수립·집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직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본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는 게 회계기본법의 취지”라며 “회계기본법 제정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된 만큼 제정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 보수 출혈 경쟁에 ‘특별 감리 제도 도입’ 제안
최 회장은 최우선 당면 과제로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규모 이상의 위탁 사무를 맡으면 반드시 회계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을 꼽았다. 앞서 서울시의회가 지난 2022년 4월 민간 위탁 사업의 회계감사를 없애고, 이를 세무사도 수행할 수 있는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대체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면서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최 회장은 해당 조례가 지난 3월 사실상 원상 복구되긴 했지만, 일부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이와 비슷한 조례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지자체 민간 위탁 사업 회계감사는 지방재정 투명성을 확보하는 핵심 절차”라며 “(관련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1년 이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이른바 ‘빅4’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회계감사 보수 출혈 경쟁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감사 비용의 지나친 덤핑은 감사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이 일정 수준 이하의 감사 보수를 받는 회계법인에 대해 특별 감리를 시행하는 제도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최 회장은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조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지난해 공인회계사 최종 합격자 1250명 중 200여명이 실무 수습 회계법인을 찾지 못했으며, 올해는 이러한 ‘미지정 회계사’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 회장은 “경기 흐름과 수요에 맞춰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