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활성화’ 이재명, 당근과 채찍 동시에…박스권 탈출 기대감 ↑(종합)

주식

이데일리,

2025년 6월 11일, 오후 06:50

[이데일리 김경은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오전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한국 주식시장 배당 활성화와 자본시장 구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새 정부 기대감에 코스피 지수는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돌파하며 취임 후 5거래일 연속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통한 우량주에서 껍데기된 내 주식”…불공정한 시장 탓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째를 맞아 첫 경제 관련 외부일정으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찾아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 불공정성과 불투명성 탓에 국내 주식이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우량주에 장기 투자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물적분할이라느니 인수합병이니 이런 것들로 내가 가진 주식이 분명히 알맹이 통통한 우량주였는데 갑자기 껍데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주식시장을 다 바꿔서 괜찮은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5.19포인트(1.23%) 상승하며 2907.04로 마감했다. 2900선 돌파는 2022년 1월 18일(2902.79)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대통령 선거 전일을 포함해 6거래일 연속 코스피는 하루도 쉬지 않고 상승해 이 기간 총 209.37포인트(7.76%) 올랐다. 주요 매수 주체는 외국인이다. 6일간 4조28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로써 장부가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에 근접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의 12개월 후행 PBR 1.0배는 2991포인트로 신정부 모멘텀에 장부가 기준 1.0배까지 도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진국 평균(3.5배)과 신흥국 평균(1.8배)은 물론 일본(1.5배), 대만(2.6배), 미국(4.8배)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상장사 자본총계가 증가했음에도 시가총액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024년 코스피 상장사 573곳이 PBR 1 미만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의 시장가치가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 지표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배당 확대 정책 영향으로 코스피 전체 배당수익률은 2.2%로 전년(1.9%) 대비 상승했지만, G20 주요국과 비교해도 국내 상장사 주주 환워율은 하위권에 속한다. 전통적으로 사내 유보금 비중이 높고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 직접적 환원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코스피가 2,900대에 안착한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종가가 표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책 변화와 구조개선 ‘채찍+당근’ 동시에

이재명 정부는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의무화,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 등 주주친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이날 이 대통령은 공약에는 담기지 않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시장에 추가 모멘텀을 불어넣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상장사에만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그런 것을 포함해 재정에 큰 타격이 없다면 세금을 내려서 많이 배당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정부 정책이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투자 패러다임 전환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정부와 비교하면 자본시장 활성화 방향성이란 큰 맥락은 같지만, 3%룰이나 집중투표제·이사 충실의무 강화 등 보다 강력해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담긴 상법 개정안과 주주 환원 확대가 실질적으로 추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하고, 3%룰·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으로 소액주주 권익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일본의 ‘PBR 1배 올리기’ 정책과 유사한 방향으로, 외국계 투자은행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등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 행위에 가담한 경우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해당 인물을 영구히 자본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나, 상장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별도의 합리적 활용 목적이 없다면, 일정 기간 내에 원칙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공약도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상법 개정 등 지배구조 개선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증권 리서치본부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홍콩, 싱가포르 현지 투자자 미팅을 통해 상법 개정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외국인들은 한국의 저성장, 고령화 등 경제적·사회적 이슈와 함께, 기업 지배구조 불투명성, 낮은 배당성향, 소액주주 보호장치 미흡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고착화를 우려했다”며 “펀더멘털이 변화하지 않고 자본시장 구조만 개혁해도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멀티플도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