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해외 큰손들…국내 물류센터 쓸어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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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6월 12일, 오후 02:45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올해 들어 해외 자본의 국내 물류센터 투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성장으로 물류센터 임차수요는 꾸준한데 최근 몇 년간 물류센터 착공이 급감해 물류센터 시장이 공급부족 상태로 바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류센터 대출금리도 수년간 하락세를 보이는 등 투자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앞으로도 해외 투자자들의 물류센터 매입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 와이드크릭·워버그핀커스 JV, 안성 물류센터 개발


11일 글로벌 상업용부동산 서비스회사 CBR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물류센터 투자 규모 중 해외 자본 비중이 약 64%를 차지해 외국계 투자자의 매입 활동이 두드러졌다.

해외기관의 국내 물류센터 투자 사례 (자료=삼성증권)
캐나다계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은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인천 S&K 복합물류센터를 약 2450억원에 인수했다.

브룩필드는 지난해 1분기 인천 서구 원창동에 위치한 KP물류센터를 약 6500억원에 매입했었다. 이는 작년 물류센터 거래사례 중에 매매금액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코람코자산신탁과 함께 인천 항동 드림 물류센터를 약 2300억원에 매입했다. GIC은 장기간 보유하던 프라임급 오피스를 매도하고 물류센터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교체에 나서고 있다.

작년 서울 도심권역(CBD)에 보유한 우량 오피스 자산 ‘더 익스체인지 서울’, ‘서울파이낸스센터(SFC)’를 팔고 그래비티자산운용 펀드(그래비티일반사모부동산투자회사제7호)를 통해 부천 내동 복합 물류센터를 약 3000억원에 매입한 게 대표적이다.

또한 글로벌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와 와이드크릭자산운용은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8만2000㎡ 규모 부지를 지난 3월 매입했다.

안성물류센터 조감도 (자료=와이드크릭자산운용, 워버그핀커스)
양사는 이번 합작투자를 통해 연면적 3만평 규모의 5층 전용 상온창고를 개발할 예정이다. 전체 면적의 약 70%는 제약·헬스케어에 강점이 있는 라이프 사이언스(생명공학) 분야 임차인에 사전 임대했다.

안성에 위치한 이 물류센터는 3PL, 라이프 사이언스, 첨단 제조업 분야의 주요 물류 거점이다. 반경 35km 내 여러 대규모 산업단지와 인접해 있다. 향후 이 센터가 라이프 사이언스에 특화된 물류 허브(중심지)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워버그핀커스는 지난 2023년 워버그핀커스 아시아 리얼에스테이트 펀드를 통해 와이드크릭자산운용과 손잡고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을 설립했다. 이 JV는 한국 주요 도시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라이프 사이언스 시설, 비즈니스 파크 등 ‘뉴 이코노미 섹터’에 투자한다.

워버그핀커스의 리 판 매니징디렉터는 “한국 물류 시장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가져왔다”며 “주요 대도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핵심 자산에 주목해왔다”고 말했다.


◇ 국내 기관들, 물류센터 투자 어려워…외국계 ‘기회’

또한 워버그핀커스는 국내 디벨로퍼 엠큐그룹과 설립한 합작법인 ‘큐브인더스트리얼자산운용’을 통해 국내 물류자산 투자를 확대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큐브인더스트리얼자산운용은 올해 1분기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에 있는 삼성로지스 물류창고를 538억원에 매입했다. 이를 위해 신규 설정한 펀드명은 ‘큐브인더스트리얼부동산일반사모투자회사 제2호’다.

다른 외국계 투자자들도 국내 물류센터에 대거 투자했다. 미국 오크트리 캐피탈은 이지스자산운용을 통해 올해 국내 첫 물류센터 투자에 성공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경기 이천시 마장면 회억리 105번지 일대 위치한 혼합 물류센터를 800억원에 인수했다.

오크트리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로 주로 신용 투자, 사모펀드, 부실채권(NPL) 투자 등을 중심으로 운용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운용자산(AUM)이 2030억달러(약 274조7605억원)에 이른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부펀드 무바달라는 미국계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랑라살(JLL) 자회사인 라살자산운용과 함께 안성 대덕 물류센터에 투자했다.

안성 대덕 물류센터는 경기 안성시 대덕면 무능리 2번지 일대 있으며 지하 1층~지상 3층, A동 연면적 18만7390.63㎡, B동 연면적 20만831.96㎡ 규모다. 라살자산운용이 작년 6월 지산산업으로부터 이 물류센터가 준공 되기 전에 매입했다.

매매가는 A·B동 합쳐 6030억원이다. 다이소, 삼덕로지스 등이 임차해서 공실이 모두 해소됐다.

물류센터 선순위 담보대출 금리 추이 (자료=삼성증권)
물류센터 대출금리도 수년간 하락세를 보이는 등 투자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물류센터 선순위 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5.1%에 거래된 사례도 있었다.

다만 PF 대출금리는 여전히 8~9%대로 높아서 자금력 있는 해외기관이 전액 자본(풀 에쿼티)으로 개발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업용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물류센터에 돈이 묶여있거나 자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물류센터 투자를 하기 어렵다”며 “실탄이 두둑한 외국계 투자자들은 지금 시장 상황을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