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반새 7배 급성장…채권혼합형 ETF 시장 커진다

주식

이데일리,

2025년 6월 11일, 오후 07:02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한도로 담을 수 있는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연금계좌 내 위험자산 70% 한도를 넘어 주식 비중을 늘리려는 투자자가 몰리면서다. 시장 선점을 위한 ETF 출시 경쟁이 이어지며 관련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채권혼합형 ETF의 순자산 총액은 전일 기준 3조 896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5490억원에 불과했던 채권혼합형 ETF 순자산은 2년 반만에 7배 넘게 급증했다. 상품 수는 같은 기간 35개에서 53개로 늘었다.

채권혼합형 ETF 시장의 이같은 빠른 성장세에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실질적인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행 규정상 퇴직연금 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은 70%를 넘을 수 없다. 나머지 30%는 예·적금이나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하지만 채권혼합형 ETF를 활용하면 실질적인 위험자산 비중을 늘릴 수 있어서다. 주식과 채권을 일정 비율로 담은 채권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단일종목 채권혼합형 ETF의 경우 주식 비중이 최대 30%다. 따라서 안전자산 비중을 단일종목 채권혼합형 ETF로 채우는 경우 연금 계좌에서 실질적인 주식 노출도를 79%까지 늘릴 수 있다.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KODEX 테슬라커버드콜채권혼합액티브’,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 ETF와 같은 상품이 대표적이다.


지수형 채권혼합 ETF를 활용하면 연금 계좌에서 실질적인 주식 투자 비중을 85%까지로 더 늘릴 수 있다. 지난 2023년 말 퇴직연금 규제 완화로 지수형 채권혼합형 ETF에 주식을 기존 40%에서 최대 50%까지 담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 상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은 지난 10일 각각 S&P500 지수와 미국 단기채에 50%씩 투자하는 ‘PLUS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와 ‘1Q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를 상장했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퇴직연금 자산을 S&P500에 최대한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400조원을 넘어서고 점차 퇴직연금의 중심축이 저축에서 투자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채권혼합형 ETF에 대한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대비 49조 3000억원(12.9%) 증가한 431조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적립금에서 원리금보장상품 비중(6.9%)은 전년(11.9%)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17.4%로 같은 기간 53.5% 급증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싶은 수요를 겨냥한 채권혼합 상품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