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채권혼합형 ETF 시장의 이같은 빠른 성장세에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실질적인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행 규정상 퇴직연금 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은 70%를 넘을 수 없다. 나머지 30%는 예·적금이나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하지만 채권혼합형 ETF를 활용하면 실질적인 위험자산 비중을 늘릴 수 있어서다. 주식과 채권을 일정 비율로 담은 채권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단일종목 채권혼합형 ETF의 경우 주식 비중이 최대 30%다. 따라서 안전자산 비중을 단일종목 채권혼합형 ETF로 채우는 경우 연금 계좌에서 실질적인 주식 노출도를 79%까지 늘릴 수 있다.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KODEX 테슬라커버드콜채권혼합액티브’,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 ETF와 같은 상품이 대표적이다.
지수형 채권혼합 ETF를 활용하면 연금 계좌에서 실질적인 주식 투자 비중을 85%까지로 더 늘릴 수 있다. 지난 2023년 말 퇴직연금 규제 완화로 지수형 채권혼합형 ETF에 주식을 기존 40%에서 최대 50%까지 담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 상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은 지난 10일 각각 S&P500 지수와 미국 단기채에 50%씩 투자하는 ‘PLUS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와 ‘1Q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를 상장했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퇴직연금 자산을 S&P500에 최대한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400조원을 넘어서고 점차 퇴직연금의 중심축이 저축에서 투자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채권혼합형 ETF에 대한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대비 49조 3000억원(12.9%) 증가한 431조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적립금에서 원리금보장상품 비중(6.9%)은 전년(11.9%)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17.4%로 같은 기간 53.5% 급증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싶은 수요를 겨냥한 채권혼합 상품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