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태광산업(003240)이 교환사채(EB) 발행 관련 법적 리스크를 해소했지만 발행 절차를 재개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태광산업의 EB를 인수하기로 했던 한국투자증권이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2건의 EB 발행 가처분 신청(이사위법행위유지, EB 발행금지)에 대해 모두 기각 결정을 내리고 이에 대한 결정문을 양측에 송달했다.

앞서 태광산업이 자사주 전량(27만주, 지분율 24.4%)을 기초로 3186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겠다고 하자 2대주주인 트러스톤운용은 이를 막아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헐값에 자사주를 처분해 주주 이익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사회 경영 판단을 존중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손을 들어주면서 태광산업은 EB 발행 절차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한투증권의 EB 인수 의향이다. 금융당국이 태광산업에 EB 발행 관련 정정명령을 부과하며 한 차례 제동을 건 데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인수 부담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은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면서 “한국투자증권이 당국의 IMA 인가 심사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을 무력화하는 EB 인수 절차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남아 있다. 한투증권은 지난달 초 재판부에 공문을 보내 인수확약서(LOC)가 유효하다며 가처분 기각 시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사회 결의 없이 발행한 LOC는 규정에 위배된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한투증권도 사실상 인수 절차 중단 방침을 내비쳤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7월 초 관련 절차를 중단한 뒤 내부적으로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민감한 사안인 만큼 섣부르게 재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