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10억 고집 안해"…李 말 한마디에 또 천장 뚫었다

주식

이데일리,

2025년 9월 11일, 오후 07:06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코스피가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정책 모멘텀이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하며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는 모습이다. 한동안 시장 발목을 잡았던 대주주 양도세 논란이 대통령 발언으로 일단락되면서, 연말까지 증시가 정책 모멘텀에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통신사진 기자단)
◇ 李 “양도세 대주주 기준 10억 고집 안해”…코스피 또 최고치

11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9.67포인트(0.90%) 오른 3344.2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역시 전 거래일 대비 1.76포인트(0.21%) 오른 834.76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이날 상승한 배경은 정책 모멘텀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에 대해 “주식시장 활성화가 장애를 받을 정도면 기존 정부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굳이 50억원 기준을 10억원으로 반드시 내려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약 한 달 동안 정부와 여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며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대주주 양도세 기준 논란이 일단락된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31일 세제개편안을 통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발표 직후 코스피는 4% 가까이 급락했고,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불거지며 대통령실과 엇박자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장 혼란이 가중됐고, 코스피는 8월 한 달 동안 -1.83%를 기록하며 글로벌 증시 흐름과 따로 움직였다. 같은 기간 S&P500(1.91%), 니케이225(4.01%), 상하이종합지수(7.97%)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증권·반도체株 먼저 반응…“코스피 연말까지 우상향 가능성”

이번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국내 증시 활성화’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걷히자 외국인 수급이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를 3024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이는 8일부터 4거래일 연속 순매수며,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 대해 총 2조 6030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증권과 반도체 업종이 먼저 반응하며 상승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이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KRX 증권 지수는 12.11% 상승하며 같은 기간 전체 지수 중 등락률 1위를 차지했고, KRX 반도체 지수가 8.83% 오르며 증권업에 뒤를 이었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는 개인 투자자의 매매 심리를 위축시켜온 대표적인 규제였던 만큼, 완화 가능성만으로도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가 업종 전반에 빠르게 반영됐다”며 “앞으로 증권업종 주가는 실적보다 정책 모멘텀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 약 23%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국내 정책 모멘텀과 미국발 AI 훈풍까지 겹호재 영향을 받으며 급등,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장중 3.45%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또 한 번 경신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날 1.10% 오른 7만 3400원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인 7만 4400원 돌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에 ‘증시 활성화’를 표방한 이 대통령이 여론 등을 고려해 한발 물러선 만큼, 앞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 등 3차 상법 개정안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수급이 개선되고 연말까지 증시가 정책 모멘텀을 받고 우상향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미 시장에 노출된 재료인 만큼 대주주 양도세 기준 상향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차익 실현 물량 출회 가능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연말까지 코스피 방향성을 위로 잡고 가는 게 맞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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