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사상 처음 3500선을 돌파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엠피닥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3.38포인트(2.70%) 상승한 3549.2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3500선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 뉴욕증시 주요 주가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오픈AI의 인공지능(AI)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반도체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명절 연휴 직전 강세장이 나타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증시는 추석 연휴로 인해 오는 3일부터 9일까지 휴장한다. 장이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미국 등 주요국 증시나 환율 변동에 대응할 수 없어 연휴 직전 보유 주식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긴 연휴에도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상승장이 연출됐다.
증권가에서는 연휴 이후에도 코스피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5년간 코스피 수익률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추석 전 일주일간 코스피 수익률은 0.43%에서 연휴 후 일주일간 0.51%로 상승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 이후 코스피 지수 상승이 예상된다”며 “과거 추석 연휴 이후 패턴을 봤을 때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 증가와 함께 에너지,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수익률 제고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연휴 직후 3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통상 3분기 기업 실적은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는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수요가 지속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IT 업종을 중심으로 한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3분기 실적도 예년과 달리 부진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내수 기업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수출 기업은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상위 2개 종목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3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조 8164억원, SK하이닉스는 10조 8016억원으로 3개월 전 예상 실적 대비 각각 6.42%, 10.07% 상승했다.
◇대내외 시장 호재…투자 유망 업종은
대내외 시장 환경 역시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의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인한 금리인하 가능성,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중국의 한한령(한류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휴 이후에도 국내 증시는 추가 상승할 전망”이라며 “3분기 반도체 및 주도 업종의 실적발표 기대감에 더해 이달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기대감과 APEC 정상회담 등의 기대 요인이 다수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3차 상법 개정안 기대감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 인하 가능성과 자사주 의무 소각화 등은 주주환원 정책 측면에서 긍정적인 재료”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정책 기대감은 피크아웃(정점 통과)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의 실제 움직임이 뒤따르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연휴 이후 유망한 투자처로도 반도체 업종을 꼽았다. 정책 수혜주인 증권·금융주와 방산·조선 등 기존 주도주, 한한령 해제 수혜가 예상되는 인바운드(화장품·유통·호텔·레저) 관련 업종도 진입 이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질 수요(판매량)에 기반한 업종보다는 가격 전가력에 기반한 IT, 금융, 바이오 등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AI 밸류체인에 있는 업종인 반도체 및 전력기기, 인바운드 수혜가 기대되는 레저·엔터테인먼트·의료기기, 기업 가치 제고에 대한 수혜가 예상되는 증권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