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선 업종에 대한 목표주가 상향이 잇따르며 조선주의 시간이 다시 돌아올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조선주는 올해 하반기 들어 뚜렷한 주가 부진을 겪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고선가 수혜와 수주잔고 확대로 강세를 보였던 조선주는 9월 이후 반도체 업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소외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 자금이 반도체로 대거 이동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신규 수주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조선주에 대한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HD현대중공업(32918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주요 조선 3사의 주가는 9월 이후 이날까지 -2.32%, -0.58%, 4.46%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 가량 증발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12% 상승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특히 올해 들어 조선사들의 신규 수주가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면서 수주 모멘텀 약화 우려가 주가 부진을 심화시켰다. 시장에서는 단기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을 보는 투자자들이 수주 감소를 부정적으로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증권가는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며 조선 업종에 대해 긍정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고선가 물량 매출 비중 증가로 인한 가파른 실적 개선세다.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2021년 1월 127.11포인트에서 2024년 12월 189.16포인트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2021년부터 2022년 이후 수주한 물량들의 매출 인식 비중이 올라가면서 조선사들의 마진도 함께 개선되고 있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2분기 기준 연도별 매출 인식 비중은 2022년 수주 물량이 65%로 여전히 높으며, 이어 2023년 31%, 2024년 2%로 나타났다. 여전히 마진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둘째, 한국 조선사들이 계속해서 3년치 인도 물량 수준의 수주잔고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선박, 특히 LNG선과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지속되면서 믹스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LNG선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LNG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고, 스팀터빈선 중심의 노후선 교체도 가속화되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선사 얼라이언스 재편 후 선복량 확장 경쟁이 심화되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집약도지수(CII) 감축률 상향 등으로 인한 친환경 교체 발주 압력이 강화되면서 내년에도 꾸준한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추가적 모멘텀은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기반으로 상선뿐 아니라 함정 분야 진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밸류에이션 확장 요인을 넘어 새로운 성장 사이클로 평가하고 있다. 미 해군 지원함 정비보수(MRO)를 시작으로 전투함 MRO, 함정 블록 건조 등으로 수주가 확대되면서 가격과 물량 확장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선 믹스 개선과 선별 수주 지속을 통한 수주잔고 길이 유지가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공통된 투자 포인트”라며 “조선 업종의 신항로가 될 미국 시장 진출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업체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필리핀 조선소 등 현지 조선소를 활용한 미국 시장 진출 가속화가 기대되는 한화오션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향후 한미 조선업 협력 관련 수혜 강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판단되며, 연말 LNG선 수주 재개와 더불어 상선 부문의 가파른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는 평가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조선주의 목표주가를 연이어 올리고 있다. 이달 들어 SK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은 한화오션 목표가를 평균 13.8% 상향한 14만2300원으로 제시했다. HD현대중공업은 11.62% 오른 65만6000원, 삼성중공업은 12.24% 오른 2만75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