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종목 가운데 주가 상승률 상위권엔 두산에너빌리티(034020)(342.17%), 현대로템(064350)(322.54%), 효성중공업(298040)(267.94%),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208.86%), 한화오션(042660)(192.90%) 등이 포진했다. 모두 ‘조·방·원’ 핵심 종목으로, 이들이 속한 섹터는 올해 코스피 주요 업종 중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13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선 이 같은 강세의 배경에 ‘미국발(發) 정책 모멘텀’을 꼽는다. 조선·방산·원전 모두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정부 정책과 맞물려 수혜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와 각국의 국방비 확대 기조가 이들 산업의 주가를 지탱하고 있다는 평가다.
단기적으로는 AI 반도체 열풍에 밀려 거래대금이 줄고 외국인 수급이 이동하는 흐름이 관찰되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선 여전히 ‘2막’의 초입이라는 평가다. 특히 조선 종목은 고선가 물량 매출 비중이 늘며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고, 내년에도 LNG 운반선·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선별 수주를 통해 수주 잔고가 3년 치 이상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발표한 중국 해운·조선업 대상 ‘무역법 301조(Section 301)’ 제재 강화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USTR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올해 4월에 발표했던 중국 해운·조선업 제재안의 수정 공고를 내며, 중국 해운·조선업에 대한 제재를 한층 강화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조항이 기존 6월 수정안보다 한층 강화됐고, 이에 따라 14일(현지시간)부터 항만 수수료와 11월 9일부터 크레인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선박뿐만 아니라 크레인·관련 장비 등의 부문에서 한국 조선업으로의 반사 수혜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조선 종목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원전은 ‘AI’ 모멘텀, 방산은 중동·유럽 불안 속 입지 확대
원전 관련 종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자체 전력 공급 능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다 정부가 지난 8월 정지됐던 신고리 1호기의 재가동을 허용하면서 원전 관련주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034020)도 이날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7위 자리에 올랐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중장기 성장 동력은 대형 원전과 SMR로, 주요 파트너사들의 적극적인 건설 관련 MOU 체결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자재 수주가 임박했다는 판단”이라며 “연초 이후 급등한 주가가 최근 3개월간 조정을 거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추가 수주 모멘텀은 주가의 강력한 재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 종목은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평화협정 체결 소식에 단기 조정을 받았지만, 증권가에선 중동과 유럽의 지정학적 긴장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동맹국의 ‘자체 국방력 확보’ 필요성을 자극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제3의 공급자’로 부상했고, 이에 따라 글로벌 입지도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 상황이 방산 업종 주가 센티먼트를 조성하고, 수주 모멘텀이 더해지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2026년까지 지정학적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고, 계절적으로 방산 실적이 집중되는 4분기에 다시 강한 실적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