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 인수 3파전 확전…국내 원매자 잇단 악재 변수되나

주식

이데일리,

2025년 11월 17일, 오후 07:33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이 3파전으로 확대된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로 어느 곳이 선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유력 원매자로 꼽혔던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모두 최근 그룹 차원의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인수 완주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대신 새로운 인수 후보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 이지스자산운용 본사 (사진=이지스자산운용)
◇ 한화, 美증권사 ‘부실실사’ 논란…이지스 실사 부담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지스자산운용 본입찰에는 한화생명, 흥국생명,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최종적으로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매각주관사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다. 흥국생명은 인수대금으로 1조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한화생명도 예비입찰 단계부터 1조원 안팎의 금액을 제시해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여왔다.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우협)와 차순위 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다음달 말까지 최종 결정을 한 다음 대주주 적격 승인을 거쳐서 내년 3월경 잔금 등 거래를 최종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주 적격 승인’은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려는 경우 금융위원회로부터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주주의 △재무능력 △사회적 신용 △경영 능력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것이다.

심사 결과 적격 요건을 충족하면 승인이 이뤄진다. 승인받지 않고 대주주가 될 경우 주식 취득이 금지될 수 있다.

다만 유력 원매자인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모두 최근 그룹 차원의 리스크가 불거져 인수 완주 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혔다.

한화그룹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에 인수 직후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사 최초로 지난 7월 미국 브로커딜러(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종료 후 약 한 달 만인 지난 8월 벨로시티는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100만달러(약 14억원) 벌금을 부과받았다.

해당 제재는 내부통제 부실 및 규제 위반에 대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화생명의 실사과정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부실 실사 논란’이 거세졌다.

한화생명이 인수 후 통합(PMI) 전략을 세우기 이전에, 벨로시티에 대한 사전 실사 단계부터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지스자산운용 실사 과정에서도 펀드 손실 규모와 우발채무가 예상보다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이 공격적으로 인수를 밀어붙이기에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화생명이 지난 7월 말 벨로시티 인수를 완료했음을 알리는 영문 보도자료 (자료=벨로시티 홈페이지)
◇ 흥국, 대주주 이호진 회장 수사…‘적격성 심사’ 변수

또 다른 유력 원매자인 흥국생명도 그룹 차원의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경찰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 지분 5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앞서 태광그룹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10개 시민단체는 지난 7월 이 전 회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22년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 매각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위장 계열사를 활용해 태광그룹과 티브로드에 2000억원 규모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태광그룹은 계열사 하청·협력사를 대상으로 이 전 회장의 개인회사 휘슬링락CC 골프장 회원권을 1000억원 가량 매입할 것을 강요했다는 배임 혐의도 있다.

이밖에도 시민단체는 고발장에 “태광산업의 3186억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 시도가 지배구조 강화와 경영 세습 목적이었다”면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미수 혐의 내용도 추가했다.

태광그룹 측은 입장문을 내고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경영상 판단일 뿐 지배구조 강화, 경영 세습과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흥국생명의 대주주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자,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변수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흥국생명 역시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서 끝까지 완주할지 여부에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이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대신 또다른 유력 원매자의 등장으로 새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양대 유력 후보군 모두 사정이 녹록지 않다”며 “한화, 흥국 모두 대주주 리스크 또는 실사 리스크가 드러난 만큼 인수전이 장기화하거나 새로운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벨로시티 내부통제 부실 및 규제 위반 건은 한화생명 인수 전에 발생했던 사안”이라며 “인수 과정에서 이미 내용을 인지했고 법률 자문을 통해 확인을 거친 후 거래 조건 등에 반영한 만큼 부실 실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 금융당국도 고객 피해 및 문제 거래가 없었고 선제적 개선 노력을 확인하여 종결된 사안”이라며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는 한화생명에서 장기적 시너지를 고려해 추진 중인 사안으로, 회사 차원의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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