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공사 전환 논의 속 모태 예산 삭감…업계 ‘불안’ 증폭

주식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후 06:23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오는 2035년 모태펀드 존속기한 만료를 앞두고 기한을 없애거나 운용 주체인 한국벤처투자(한벤투)의 공사화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오히려 모태펀드 예산 삭감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벤처 생태계를 둘러싼 정책 신호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정책의 연속성과 방향성이 뒤섞였다”는 현장의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전경. (사진=연합뉴스)


현행 벤처투자촉진법은 2005년 설립된 모태펀드의 존속기간을 30년으로 규정한다. 애초 민간 모험자본 시장이 성숙하면 정부 역할은 줄어들 것이라는 전제 아래 ‘유한 공적 펀드’로 설계된 것이다. 이 규정이 유지될 경우 모태펀드는 2035년 종료되며, 자펀드(벤처펀드) 운용기간(7~10년)을 감안하면 늦어도 2027년 전후부터는 신규 출자·결성에 제약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 업계 안팎에선 시행령에서 존속기한 조항을 삭제해 사실상 ‘영구펀드’로 전환하거나, 기존 펀드를 종료하고 2호 모태펀드를 새로 만드는 방안, 존속기간을 10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는 방안 등이 존속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한국벤처투자를 한국투자공사(KIC)와 유사한 정책 금융공사로 전환하는 공사화 구상도 이 과정에서 함께 언급되지만, 여러 옵션 중 하나일 뿐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모태펀드가 국내 벤처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존속 논의의 의미는 작지 않다. 2024년 벤처펀드 결성액 중 모태펀드 출자 비중은 12%대, 한국성장금융·연기금·공제회 등을 포함한 ‘공적자금 성격 LP’ 비중은 40% 중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출자가 위축된 가운데 2024년 모태펀드 출자액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면서, 모태 의존도는 201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 국내 벤처펀드의 절반 가까이가 공적 재원에 기대고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모태펀드 예산 감액 주장이 제기되자 업계의 긴장감은 한층 커졌다. 야당 일부는 최근 몇 년간 모태 출자분 가운데 미투자 잔액이 상당하다며 집행률을 근거로 “연차별 투자 속도에 맞춰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정책당국 안팎에서는 모태펀드 존속 논의와 예산 축소 논의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관 존속기간 만료 이슈는 모태펀드 사업을 끝낼지, 연장할지, 어떤 틀로 이어갈지를 검토하는 차원에서 거버넌스 옵션을 폭넓게 열어놓고 논의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장의 시각은 보다 냉담하다. 존속기한 만료를 앞두고 ‘어떤 틀로 계속 갈지’에 대한 큰 그림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 축소 시그널까지 동시에 나오면서 정책 리스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해서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는 펀드 하나를 만들면 7~10년을 내다보고 들어가는 장기 게임인데, 그 뒤에 서 있는 모태펀드와 한벤투의 존속 자체가 불투명해진다면 LP·GP 모두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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