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와 조세금융포럼이 26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진행한 ‘사회전반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회계기본법 제정’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그간 기업·공공기관·비영리법인(공익법인) 등 조직의 형태에 따라 회계기준·외부감사·공시·감독체계가 각기 달라 일관성 있는 정책을 집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특히 비영리 부문은 소관 법률과 주무부처가 달라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웠다. 회계기본법은 영리·비영리를 불문하고 다양한 조직의 회계에 대해 보편적이고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을 규정하는 ‘모(母)법’으로, 이재명 정부의 공약이기도 하다.
공인회계사 출신이자 공청회를 주관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2017년 ‘신(新)외부감사법’ 이후 기업회계의 투명성이 크게 강화됐지만 생활 속 회계 영역은 여전히 기준이 다르고, 감독의 빈틈도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법인, 공익단체, 상호금융기관, 공동주택 등은 부처와 유형별 규정이 달라 실무 혼선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회계기본법”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공청회 내용을 반영해 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주무관청으로 ‘회계위원회’ 신설 제안
이날 ‘회계기본법 제정 필요성과 조문 구성(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곳은 비영리법인”이라며 “회계처리기준이나 회계감사규율 자체가 상당히 미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장회사 이외의 나머지 단체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회계 감독이나 정책 자체가 수립·집행을 하지 못하면서,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이 낮은 순위로 귀결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회계기본법 적용 대상과 주무 관청을 시나리오별로 제안했다. 안 교수는 먼저 법 적용 대상을 △모든 단체(국가·지자체 포함) 대상 △국가·지자체는 제외 △국가·지자체·노동조합·종교단체는 유보(제외) 총 3가지 방향으로 나눠 제시했다. 주무 관청에 대해서도 △금융위원회 △국무총리실 직속 회계정책위원회 △회계위원회(중앙행정기관) 신설 등 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안 교수는 “회계위원회에서 주무관청을 상대로 시정 권고 혹은 요청을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회계처리기준에 대해서는 모든 단체의 회계처리기준의 제정 권한과 책임을 회계위원회에 귀속시키거나, 1차적인 제정 권한과 책임은 단체별 주무관청에 존치하되 회계위원회가 2차적인 승인 내지 수정요청(권고)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회계감사의 경우에는 매 회계연도마다 회계감사의무를 선언하되 실시 여부 등은 기존 주무관청 또는 기존 회계 관련 법령의 재량에 맡기거나, 모든 단체에 대한 회계감사 제도를 외부감사법 수준으로 규율(과징금, 벌칙 포함)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또한 매 회계연도마다 회계감사 실시 의무화하면서 이행에 대한 1차적인 감독 권한과 책임은 기존 주무관청에 귀속하되 회계위원회가 해당 주무관청을 상대로 시정 요청 또는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나왔다.
최운열 한공회장은 “회계기본법 제정은 단순히 새로운 법을 하나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우리나라 회계 전반을 하나의 원칙과 체계 아래 정비하고 국가 정책의 근거가 되는 정보의 질을 높여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초석을 놓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소규모 비영리법인 감사비 지원 등 요청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세부적인 제언을 쏟아냈다.
사회복지법인 한국컴패션의 김미라 실장은 “독립적인 주무관청으로서 회계위원회 설치안을 지지한다. 다만 기존 부처들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권한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저항이 있을 것”이라며 “부처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그대로 비영리 현장으로 떨어질 것이다. 세밀한 사항들을 각 부처 간의 합의를 통해서 최대한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소규모의 비영리법인들에 대한 감사비 지원, 중복 보고 제거, 용어 통일 등 관련 법 정비 등을 요구했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는 “타인의 재산이나 이익을 맡아 관리하는 사람이 그 이익을 성실하고 충실하게 사용하고 보고해야 하는 것을 수탁 책임이라고 한다”며 “회계기본법은 수탁 책임을 이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엄은숙 정동회계법인 이사는 회계 감사 경력을 언급하며 공공기관, 재단 등을 막론하고 다양한 곳에서 회계처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는 “회계기본법은 모든 단체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이었던 송창영 변호사는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감독 부분일 것”이라며 “기준에 부합하게 작성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어떤 제재 혹은 불이익을 줄 것인지는 (기존) 감독 기관의 영역으로 둘 수 있다”고 제안했다.
류성재 금융위원회 회계제도팀장은 “주무관청과 사전에 협의해서 회계위원회가 회계처리기준을 만들거나 반대로 회계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해서 주무관청이 기준을 만드는 것이 추가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