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침수 예측하는 ‘디지털 어스 플랫폼’ 이지스…글로벌 공략 나서[IPO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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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26일, 오후 05:03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도시를 종이 위에서 설계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도시에 집중호우가 오면 어느 지점이 잠기는지, 반지하 건물과 지하 주차장은 얼마나 위험한지, 도시를 보호하려면 물막이벽을 몇 미터로 설치해야 하는지를 ‘가상 도시’에서 먼저 실험해 최적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 디지털 트윈의 핵심입니다. 또 이를 가장 정교하게 실험할 수 있는 기업이 바로 이지스입니다.”

김성호 이지스 대표는 최근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지스는 게임엔진으로 공간을 화려하게 보여주는 회사가 아니라, 좌표값 하나까지 정확한 공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간을 분석하는 기술 기업”이라며 “여기에 쓰이는 디지털 트윈 기술은 예측 기반 행정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고, 우리는 그 기반 엔진을 가진 회사”라고 말했다.

김성호 이지스 대표가 최근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성장 전략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지스)
◇자체 개발한 ‘디지털 어스 플랫폼’…수주잔고 확대

이지스는 자체 개발한 3차원 지리정보시스템(3D GIS) 기술을 웹·모바일·클라우드로 확장하며 ‘디지털 어스(Earth) 플랫폼’을 완성했다. 사용자가 데이터를 올리면 자동으로 3D 지도가 생성되고, 침수·교통·바람·도심항공교통(UAM) 경로 등 수많은 시뮬레이션이 서버에서 실시간 연산돼 즉시 결과를 보여준다.

김 대표는 “대부분 기업은 오픈소스를 패키징하지만, 이지스는 벡터·수학·물리 엔진을 처음부터 직접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구조로 재편되며 ‘완성형 디지털 트윈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이지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도 오픈소스로 공개해 현재 22개국 1200명 이상의 개발자가 이지스의 플랫폼 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공공 부문 레퍼런스도 두드러진다. 여러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이 추진한 핵심 디지털 트윈 사업들이 이지스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돼 왔다. 김 대표는 “정부가 레거시 시스템을 통합하면서 디지털 트윈을 중심에 두기 시작했고, 초기 성공 사례 상당수가 이지스의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다만 공공 매출 의존도는 리스크로 지적된다. 올해는 예산 집행 지연과 상장 준비 과정에서의 회계기준 변경, 구축형 사업을 구독형 모델로 조기 전환한 영향이 겹치며 3분기까지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수익 인식만 지연됐을 뿐 실제 수주잔고는 오히려 늘었다”며 “구독 모델이 안착하면 수익 변동성이 크게 줄 것”이라고 했다.

◇“공간 데이터, AI 산업 핵심 자산…플랫폼 가치 높을 것”

이지스는 민간(B2B)·대중(B2C) 시장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초엔 학생·연구자가 데이터를 올리면 자동으로 3D 지도로 시각화되는 대중형 디지털 트윈 서비스가 출시된다. 그는 “AI 기반 자동 매핑과 음성 명령형 분석이 적용되면 디지털 트윈은 전문가 중심 도구에서 대중형 서비스로 확장된다”며 “그 지점에서 플랫폼 성장성이 폭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전략은 신흥국과 선진국을 나눠 공략하는 구조다. 이지스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기반으로 이미 12개국에서 지도·공간정보 프로젝트를 수행해 현지 데이터를 확보했다. 유럽연합(EU)의 데이터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인 ‘Gaia-X’와 관련해 독일항공우주센터(DLR)와 협력하는 등 선진국 시장 진출 기반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이런 디지털 어스 플랫폼을 자체 엔진으로 구현하는 회사는 전 세계 3개국 5개사 정도뿐”이라며 “미국·중국 플랫폼을 쓰기 어려운 유럽의 ‘데이터 주권’ 이슈까지 고려하면 글로벌 기회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스는 글로벌 디지털 트윈 시장이 2022년 45억달러 규모에서 2027년 45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지스는 상장 자금을 글로벌 시장 개척과 플랫폼 고도화, 도메인 확장, 위성 기반 데이터 확보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소형 관측용 마이크로위성을 직접 발사해 전 세계 공간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외부 의존도를 줄인 데이터 자립성 확보라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공간 데이터는 로봇·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산업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며 “데이터 비즈니스만으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 이후 대부분 흑자를 유지하며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이어온 회사”라며 “이제는 시장에서 기술력과 플랫폼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지스는 지난달 코스닥 상장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지스는 이번 상장에서 150만주를 공모하며, 희망 공모가는 1만 3000~1만 5000원이다. 총 공모금액은 195억~225억원이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은 지난 21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하고, 12월 2~3일 일반 청약을 거쳐 연내 상장한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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