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외환시장 역할론 시험대...새 이사장 첫 회의서 환율대응 논의[마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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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15일, 오후 05:29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고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환율 대응을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첫 출근날인 15일, 복지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고위직이 참석한 가운데 기금운용위원회 논의 테이블에 환율 대응 안건이 올랐다.

통상 새 이사장의 첫 공식 일정은 내부 보고나 조직 점검이지만,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까닭에 취임과 동시에 외환시장 이슈의 한복판에 선 양상이다.

국민연금공단 전주 사옥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2025년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오늘 논의할 안건은 '전략적 환헤지 기간 연장' 및 기금 전략과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2026년도 목표 초과수익률 설정'”이라고 밝혔다.

이날은 김성주 이사장의 공식 첫 출근날이었다. 출근 첫날 기금위 안건부터 환율과 직결된 사안이 상정됐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환율 대응이 주요한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환율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가 사실상 첫 테이블에 오른 셈이다.

공식 안건에는 전략적 환헤지 기간 연장만 포함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날 회의에서 국민연금의 환율 대응 역할과 관련한 보다 폭넓고 민감한 논의가 오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환헤지는 단순한 기술적 운용 수단이 아니라, 환율 변동성에 대한 기금의 태도와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여서다.

특히 정부 전반이 환율 안정을 위해 동원 가능한 수단을 총점검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역시 논의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외환 수급 안정화를 위해 수출기업의 환전 동향과 해외투자 현황을 정례적으로 점검하고, 환전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정책 수단도 검토하고 있다. 환율을 둘러싼 정책 대응이 점점 다층화되는 국면이다.

정부는 전날인 14일에도 보건복지부까지 포함한 관계 부처를 불러 외환시장 검검을 위한 휴일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 박동일 산업통상부 산업정책실장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활용한 수급 안정 방안 역시 검토 대상에 오른 상태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킬 수 있는 이른바 ‘뉴 프레임 워크’를 마련하는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연금은 정부가 구성한 협의체의 논의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기금 운용의 전략 방향은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이미 제도와 시스템이 고도로 굳어져 있는 조직인 만큼, 협의체 차원의 공감대가 곧바로 실행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닌 상황이다.

이같은 맥락을 고려하면 이날 기금운용위원회에 기획재정부 고위직이 참석한 점은 눈에 띈다. 이날 회의에는 국제경제관리관을 포함한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가 자리했다. 국제경제관리관은 환율 관련 국제 협상과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직책으로, 특히 미국과의 환율 관련 논의의 실무를 담당해온 인물이다. 환율 급등락 국면에서는 시장 안정화를 위한 구두 개입 등 외환 당국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도 관여해 왔다.

한 시장 관계자는 "기금운용위원회가 형식상 독립된 의사결정기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 정책의 핵심 라인이 직접 테이블에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정부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회의 테이블에서 국민연금 운용전략과 외환시장을 연결지어 민감한 안건이 다수 오갈 거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실제 올해 연평균 환율은 이미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내년에도 외환 수급 압박이 이어지면서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달 원·달러 환율 평균은 1470원선을 유지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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