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해외투자 과당경쟁 중단하라”…현금 이벤트 한시 금지

주식

이데일리,

2025년 12월 19일, 오전 10: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해외투자 과당경쟁을 제동하기 위해 현금성 이벤트와 공격적 광고를 내년 3월까지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고객 유치를 위해 거액의 현금 리워드를 지급하며 경쟁적으로 영업을 펼친 결과 개인투자자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19일 ‘투자자 보호 및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한 해외투자 실태점검 중간 결과 및 향후 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선방안을 즉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해외투자 거래 상위 증권사 6곳과 해외주식형 펀드 상위 운용사 2곳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증권사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 급증…개인투자자 절반 손실

점검 결과 올해 1∼11월 주요 증권사 12곳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총 1조9505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1조2458억원)보다 56.5% 증가한 규모다. 2021년 7572억원, 2022년 5955억원, 2023년 581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해외투자 중개와 연계된 환전수수료 수익도 4526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2946억원) 대비 53.6%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성과는 부진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계좌 중 절반(49.3%)이 손실계좌였다. 계좌당 이익도 50만원으로 전년(420만원) 대비 크게 감소했다.

해외 파생상품 투자의 경우 개인투자자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수년간 대규모 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10월 개인투자자의 해외 선물·옵션 투자 손익은 373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4151억원, 2022년 4574억원, 2023년 4458억원, 2024년 3609억원 등 매년 3500억원에서 4500억원대 손실이 반복되고 있다.

출처:금융감독원
◇거래금액 비례 현금 지급·수수료 전액 면제 등 공격적 영업

금감원은 증권업계가 미국 주식 등 해외투자 고객 유치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이벤트를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사례를 보면 해외주식을 월 1억원 이상 거래하는 고객에게 거래금액에 비례해 1만원에서 100만원까지 현금성 리워드를 지급하거나, 신규 고객과 휴면 고객에게 33달러의 매수 지원금 또는 애플이나 테슬라 주식 1주를 지급하는 식이었다.

일부 증권사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위탁거래수수료와 환전수수료,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수료 등을 전액 면제하기도 했다.

다수 증권사는 영업점과 영업부서의 핵심성과지표(KPI)에 해외주식 실적 관련 별도 배점을 부여했고, 일부 증권사는 관리부서의 KPI에도 해외투자 실적을 반영했다.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국내투자 대비 해외투자 시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한 고객 안내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율 변동 리스크, 국가별 시차에 따른 권리지급 지연, 과세체계 차이 등에 대해 대부분 최초 계좌 설정 시에만 약관을 통해 위험을 고지하고 있었다.

원본 이상 손실 위험이 있는 해외 옵션 매도는 증권사에서 모두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최근 과당광고 이슈가 있었던 한 증권사는 실태점검 과정에서 미국 주식 옵션 서비스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 증권사는 미국 주식 옵션 모의체험 서비스 운영 시 ‘엔비디아 5% 오르면 214% 수익’, ‘메타가 3% 오르면 191% 수익’ 등의 문구로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시 현장검사 전환…영업중단 등 강력 조치 예고

금감원은 실태점검 결과를 토대로 즉시 현장검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검사 과정에서 투자자를 현혹하는 과장광고, 투자자 위험감수 능력에 맞지 않는 투자권유, 투자위험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 등 위법·부당행위가 발견되면 해외주식 영업 중단 등 최고 수준의 조치로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개선과제로는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 및 광고 중단(내년 3월까지) △각 증권사별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팝업 등을 통한 투자자 안내 강화(연내) △2026년 사업계획 수립 시 해외투자 관련 이벤트·광고, KPI 과도 반영 자제(연내) △과당매매 유발 소지가 있는 거래금액 비례 이벤트 원천 금지 제도화(내년 1분기 중) 등이 제시됐다.

금감원은 “고객이 200억원의 해외주식 거래 시 증권사는 위탁매매 수수료로 4000만원을 수취하고 50만원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구조”라며 “거래금액 비례 이벤트를 통해 투자자의 과도한 거래를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19일 증권사 대상 현장검사에 즉시 착수하고 이후 대상 회사를 확대해 순차적으로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협회·업계 논의를 통해 개선 과제를 신속히 반영·추진하기로 했다. 업계 자정 노력, 시장 상황, 제도개선 추진 경과 등을 고려해 내년 3월 이후 이벤트 재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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