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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미국 테네시에 추진 중인 고려아연의 제련소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동일한 자금 투입을 통해 세 겹의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이른바 ‘삼중 보상’ 구조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국가 전략 산업 차원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하지만, 투자 구조를 뜯어보면 기존 주주 몫을 과도하게 희석시키는 대가로 미국 측에 혜택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방부를 통해 고려아연과 설립하는 합작법인(Crucible JV)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입하고, 미 상무부를 통해 제련소 건설과 관련한 보조금 2억1000만달러 등 총 3억6000만달러 자금을 제공한다. 또 미국 정부는 미국 현지 제련소 운영법인(Crucible Metals) 지분 최대 14.5%를 주당 0.01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신주인수권)를 부여받았다.
복잡한 계약 구조를 단순화하면 이렇다. 미국 정부는 합작법인에 출자해 지분을 가진다. 또 합작법인이 지배하는 운영법인 지분에 대해 지분 14.5%를 저가에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일정 기업가치에 도달할 경우 추가 20% 지분 등 최대 34.5%까지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동일한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본사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고려아연 본사 지분 10%를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투입한 3억6000만달러와 워런트로 확보 가능한 지분 가치가 거의 같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 제련소 건설을 위해 고려아연과 합작법인이 투입하는 자기자본은 약 25억3000만달러(합작법인 19억4000만달러+고려아연 직접 투입 5억8000만달러)로, 이를 기준으로 한 지분 14.5%의 가치는 약 3억6250만달러에 이른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합작법인 투자에 참여하는 대가와 별도로, 동일한 금액에 상응하는 제련소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매우 낮은 가격에 부여받은 구조”라며 “동일한 자금 투입을 기준으로 복수의 경제적 권리를 제공하는 다중 보상 구조”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선 약 3억6000만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통해 합작법인 지분은 물론, 사실상 이에 상응하는 가치의 운영법인 지분 취득 권리까지 확보하는 ‘이중 보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여기에 합작법인을 통해 고려아연 본사 지분 10%까지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실상 ‘삼중 보상’에 가까운 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단순한 해외 프로젝트 투자를 넘어 모회사 지분과 핵심 자산이 중첩적으로 외부로 이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미국 측 지분 유입은 곧바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의결권 약화를 의미하고, 여기에 제련소 운영법인 지분까지 대거 외부로 넘어가면 향후 성장 과실의 상당 부분을 외국 파트너와 나눌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시장 일각에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해외 합작법인을 전략적 우군으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핵심 자산이 중복적으로 이전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이사회 의사결정의 합리성과 충실의무 이행 여부가 향후 법적 문제 제기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