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위법한 GP(사모펀드)의 등록취소 △부적격 대주주의 시장 퇴출 △내부통제 강화 및 준법감시인 선임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제도 개선방안’을 이날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GP가 중대한 법령 위반 시 1회만으로 사모펀드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이미 등록된 GP라 하더라도 대주주가 사후적으로 위법 행위를 저질러 적격 요건을 유지하지 못하면 GP 등록이 취소(시장 퇴출)된다. 내부통제 전담 인력을 지정하는 한편, 대형 사모펀드에겐 준법감시인 선임도 의무화해 내부통제 기준도 엄격해진다.
◇“까딱하면 아웃”…대형사도 소형사도 ‘몸 사리기’
사모펀드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다. 단 한번의 투자 판단 오류가 사모펀드 자격 박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그간 시장을 주도해 온 대형 운용사들은 물론,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려는 소형사들까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형 사모펀드 A대표는 “사고를 안 치면 그만이긴 하지만, 대형사나 소형사 모두에게 상당한 압박”이라며 “빅딜을 이끄는 대형사의 경우 투자 규모가 큰 만큼 리스크도 뒤따르는데, 까딱하다가는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해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이미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는데,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확대를 노리는 소형사들의 고민은 더 깊다. 소형 사모펀드 B대표는 “중대한 위반의 범위가 자의적 판단의 영역이어서 신규 진입에 큰 부담이 된다”며 “소형사는 준법감시 인력이 충분치 않아 자의적 판단에 따라 위반 여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중대형 GP에게만 준법감시인 선임 의무를 부과하지만, 소형 GP 역시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점은 여전히 장벽으로 꼽힌다.
다만 국내 사모펀드 산업이 커지면서 일종의 ‘솎아내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다른 대형 사모펀드 C대표는 “사모펀드 중 GP 자격을 지닌 곳이 총 400곳이 넘어가는데 이 중에서 펀드 운용사는 절반에 그친다”며 “PE 자격만 보유하고 뒤에서 무슨 업무를 하는지 모두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내용은 환영…해외 역차별 우려도
이번 개선안이 국내 사모펀드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해외 사모펀드와의 역차별 문제도 있다. 특히 국내 기관투자자(LP)들이 규제에 묶인 국내 펀드 대신 해외 사모펀드로 눈을 돌리거나, 해외 LP들이 국내 펀드 투자를 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다른 대형 사모펀드 D대표는 “국내 사모펀드만 제도적 규제를 높일 경우 국내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해외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VC)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누가 투자를 하든 부정적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인정하고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개선안 내용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투자자(LP)에게 사모펀드 투자 상세 내역과 GP 보수 등을 정기 보고하도록 한 정보 제공 항목 확대 △차입(LBO) 관련 200%를 초과할 경우 사유와 관리 방안을 보고하도록 해 과도한 부채를 관리하도록 한 항목이 대표적이다.
D대표는 “대부분 운용사가 50% 미만의 레버리지를 사용하지만, 일시적으로 높은 레버리지를 쓰는 특수 상황이 있다”며 “200% 이상 시 사유를 당국에 보고하는 수준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LP를 통한 간접적 투명성 확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형 사모펀드 E대표는 “정치권에서 우후죽순 사모펀드 관련 법안을 내고 있는데 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당국에서 제대로 된 규정을 내준 것은 긍정적”이라며 “규제 방향성이 명확해졌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생산적금융 대전환 제3차 회의'에 사모펀드 업계 대표로 참석한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검 사모펀드협의회장은 "일부 사모펀드의 문제가 국민 눈높이에 안 맞았던 게 사실"이라며 "혁신이나 성장 분야 투자에는 제약이 없으니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사모펀드도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