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는 무리" IPO 대어 무신사 가치 갑론을박

주식

이데일리,

2025년 12월 25일, 오후 02:09

[이데일리 박정수 박순엽 기자] 새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패션 플랫폼 기업 무신사가 기업가치 10조원을 목표로 상장 준비에 나서면서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무신사는 수익성 개선과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10조원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증권가와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선 여전히 밸류에이션 부담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무신사 기업 로고 (사진=무신사)
25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하고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무신사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9730억원으로, 2년 연속 연 매출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2023년 86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028억원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 3분기까지 누적 706억원을 기록하며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외형 성장과 함께 수익성 회복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상장 추진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을 넘어 뷰티·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에 걸맞은 성장 스토리를 강조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상장 준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내년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만큼 주관사단 구성을 둘러싸고 증권사 간 경쟁도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높은 몸값에 대한 설득력’이 핵심 기준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부 증권사는 무신사가 제시한 기업가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주관사 경쟁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밸류에이션을 둘러싼 이견이 초기 단계부터 존재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증권가에선 무신사의 기업가치 10조원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10조원 밸류에이션은 지난해 순이익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 143배,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으로도 100배 이상에 해당한다”며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매출비율(PSR) 역시 약 7배로, 쿠팡 상장 당시 PSR 3.5배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부담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기업가치 10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순이익 698억원 기준 PER은 143배 이상이 필요하다. 올해 예상 순이익을 반영하더라도 PER은 100배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패션·의류 상장사의 평균 PER이 10배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다.

EV/EBITDA 기준으로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쿠팡의 지난해 EV/EBITDA는 약 25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무신사의 2024년 추정 EBITDA(약 2000억원)에 대입하면 기업가치는 5조원 안팎에 그친다. 이마저도 무신사가 쿠팡과 유사한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려면 중장기적 EBITDA에 대한 명확한 경로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VC 심사역은 “무신사는 플랫폼 기업인 만큼 미래 추정을 밸류에이션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며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9730억원이지만, 순이익은 235억원에 그쳐 수익성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PER 기준으로는 기업가치를 설명하기 어렵고, 결국 PSR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PSR 방식으로 시야를 넓혀도 부담은 남는다. 쿠팡이 상장 당시 PSR 3.5배를 인정받았던 것은 연 매출이 50% 이상 고성장하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현재와 동일선상에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에이피알, 달바글로벌 등과 비교하더라도 할인율을 적용한 무신사의 적정 시가총액은 5조원 안팎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PO 흥행 가능성을 두고도 의견은 엇갈린다. VC 업계에서는 “무신사는 기술 기업이 아닌 플랫폼 기업에 가깝고, 해외 확장을 성장 스토리로 내세우고 있지만, 올해 기준 해외 매출은 2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현재 달아오른 IPO 시장 분위기에 무신사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무신사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효율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까지 확산하고 있어 무신사에 우호적인 환경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성비 중심 플랫폼을 넘어 팝업스토어, 트렌드 협업 등을 통해 K-소비재를 대표할 잠재력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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