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이 왜' KT 인사 개입 논란…국민연금 ‘정치 중립성’ 시험대 올린 CIO
26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관가에 따르면 서 CIO는 이날로 1년 연장 임기가 만료되나, 공공기관운영법 제28조 5항에 따라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전망이다.
서 CIO는 지난해 말 2년 임기를 마친 뒤 계엄과 탄핵 정국 등 정치 일정 혼선 속에서 한 차례 임기가 연장됐다. 당시 연임은 정부 교체기 인선 부담을 피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서 CIO 체제에서 불거진 국민연금의 기업 지배구조 관여 논란, 이지스자산운용 출자철회 논란, 임기 말 인사 논란까지 대내외적으로 잡음이 잇따르며 시장의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 CIO는 취임 직후인 지난 2022년 12월27일 기자간담회에서 “KT·포스코·금융지주 등 소유 분산 기업의 CEO 선임은 객관적이고 투명하며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며 특정 기업을 직접 거론했다. 국민연금 CIO가 개별 기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CEO 선임 문제를 지적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업계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의 역할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당시 서 CIO 발언을 재차 강조하는 이례적인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논란을 키웠다. 기업 지배구조 사안에 대해 통상 ‘합의된 시스템’과 내부 절차를 중시해온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을 둘러싼 발언을 공식 자료로 확대 재생산한 점에서, 조직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이례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같은 기류 속에서 양호한 실적과 주가를 기반으로 연임을 추진하던 구현모 KT 대표는 2023년 결국 자진 사퇴했다. 이후 2025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KT CEO 선출 과정에 외압이 작용했다는 증언이 이어지며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최종 후보는 국감에서 “정상적인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외부 압력으로 연이어 물러났다”고 증언하며 정치권·국민연금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2022년 12월 서원주 기금이사 취임 기자간담회. (사진=이데일리)
이지스 출자철회 사태…"의사결정 시스템 무너졌나"
최근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국민연금 출자 철회’ 논란을 계기로, 서 CIO 체제 하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의사결정 체계와 정보 통제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의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출자 철회나 자산 이관이 공식적으로 어떤 단계에서도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투자실 내 특정 고위 인사의 사적인 구상이 마치 국민연금의 최종 방침인 것처럼 외부에 기정사실화돼 유통되면서 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초래됐다. 이후 국민연금이 “자산 회수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공식 정정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논란은 임기 만료를 앞둔 인사에서도 이어졌다. 이지스 사태와 맞물린 상황에서 최근 국민연금은 출자 철회 안건을 두고 신중론을 제기했던 실무 팀장을 교체하는 등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삼성증권 출신 특정 인사를 중용하는 인사 기조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국민연금 내부와 업계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해당 부서의 고위직을 둘러싼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까지 겹치며 조직 운영을 둘러싼 뒷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서 CIO는 최근 인사와 관련해 “인사가 있었나, 잘 모르겠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연임 가능성 낮다”…후임 인선이 신뢰 회복 관건
1965년생인 서 CIO는 삼성생명에서 자산운용 경력을 쌓고, PCA생명(현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본부장, 공무원연금공단 CIO를 거쳐 국민연금 운용수장에 올랐다. 그러나 임기 내내 이어진 정치적 논란과 거버넌스 리스크로 인해 업계에서는 추가 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차기 CIO 인선이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국민연금의 신뢰 회복과 시장 안정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KT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에 대한 조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며 "최근 이지스자산운용 사태를 두고도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고, 합의가 아닌 개인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연금 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김성주 이사장이 돌아온 상황이니 이런 혼란이나 논란이 더는 없을 것이라 기대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