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뻔한데도…MBK가 고려아연 이사회 ‘재결의’ 노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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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1월 03일, 오전 08:30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이 대금 납입이라는 고비를 넘긴 후에도 교묘한 수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6일 유상증자 대금 납입이 완료되고 합작법인(Crucible JV)의 신규 주주 등재까지 마무리됐지만,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절차적 하자를 근거로 이사회 재결의 카드를 꺼내들면서다. 표면적으로는 환율 변동에 따른 ‘불완전 증자’를 바로잡자는 제안이지만, 그 이면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주 의결권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나노 바나나(Nano Banana)를 활용한 이미지]




◇결과 뻔한 이사회 다시 열라는 이유…‘12월 31일’의 마법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 연합은 “자본시장법의 발행가액 규제를 위반한 이번 신주 발행은 원천 무효 사유에 해당 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며 “고려아연 측에서 이사회 결의, 정정공시 등 가능한 방법을 통해 이 문제를 적법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15일 이사회 결의 이후 대금 납입일(26일) 사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며 불거졌다. 달러화로 확정된 발행가를 원화로 환산할 경우, 기준주가 대비 할인율이 자본시장법상 한도인 10%를 초과하게 되면서 증자의 적법성 시비가 붙은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달러화 기준으로 결의하고 납입됐고, 이미 주주명부 등재까지 마쳤다”는 입장이지만 MBK·영풍 연합은 여전히 이사회 재결의를 통한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해결하라는 MBK·영풍 연합의 요구는 사실상 이사회 재개최를 압박하는 포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 측 이사가 11명(직무정지 4명 제외), MBK·영풍 연합 측 이사가 4명으로 최 회장 측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다. 설령 MBK·영풍 연합의 요구대로 재결의를 위한 이사회가 다시 열린다 해도, 지난 12월 15일 결의된 제3자배정 유상증자 안건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MBK가 재개최를 노리는 이유는 시점에 있다. 만약 이사회를 새로 열어 발행가액을 재확정하게 되면, 이는 기존 증자의 수정이 아닌 새로운 결의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때 재결의를 통해 신주 발행 절차가 1월로 넘어가게 되면, 해당 신주는 12월 31일 기준 주주명부에 등재될 수 없다. 최 회장 측이 미국 정부를 활용해 만든 10%의 우호 지분이 오는 3월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도 없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MBK 입장에서는 이사회 소집 요구 자체가 신주 의결권의 발을 묶는 봉쇄 작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불완전 증자’ 시그널…법정 공방 대비 카드



이사회 재개최는 이사 개개인에 대한 심리적·법적 압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 MBK·영풍 연합은 실제 납입액 기준 할인율이 10%를 초과했다는 점을 파고들며 ‘자본시장법 위반’ 프레임을 구축했다.

만약 이사회가 다시 열린다면 이사들은 위법성 논란을 인지한 상태에서 다시 한번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향후 배임이나 선관주의 의무 위반을 묻는 소송에서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최 회장 측 이사진의 단일대오를 흔들고, 향후 소송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등기 지연과 정정공시 등을 묶어 ‘불완전 증자’ 포맷으로 규정한 것 역시 시장과 금융당국에 보내는 시그널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환율 변동과 관련해 MBK·영풍 측이 유포해 온 허위·왜곡 주장은 관련 공시 과정에서 일단락됐다”며 MBK의 주장을 ‘의도적인 시장 교란’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이라는 배수진까지 쳤다.

향후 공방은 법원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결정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 납입과 주주명부 등재가 완료된 시점에서 신주 의결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실효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3월 정기 주총 이전에 가처분 결과가 나와야 하는 만큼, 1~2월 중 법정에서 치열한 논리 싸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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