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빈틈을 핀플루언서가 파고들었다. 영상은 복잡한 이야기를 한 번에 압축하고 결론을 앞에 세운다. 구간을 찍어주고 손절선을 말해준다. 불확실한 장에선 이런 방식이 더 강해진다.
문제는 시장이 분석과 설명보다 그들의 코멘트 한 줄에 익숙해지는 순간부터다. 근거가 쌓여 가격이 움직이기보다 한마디가 돌면 분위기가 먼저 흔들린다. 시장이 ‘근거’보다 ‘신호’에 먼저 반응하기 시작하면 작은 재료도 과장되고, 쏠림과 급등락은 더 잦아진다.
증권사 리서치가 이런 흐름을 되돌릴 힘을 잃은 이유도 있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의 항의를 감당해야 하고, 동시에 기업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불편한 의견 하나가 기업 미팅이나 정보 접근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구조에서 문장은 둥글어지고, 위험 요인은 자연스레 뒤로 밀린다. 보고서가 근거와 조건을 설명하기보다 ‘안전한 결론’만 남긴 글로 읽히면 시장은 더 빠르게 다른 목소리를 찾는다.
국내 증시가 한 단계 성숙하는 데 필요한 것은 ‘기준’이다. 증권사 리서치가 다시 신뢰 가능한 기준으로 서야 한다. 전망치를 더 높이거나 문장을 더 꾸미는 것이 아니라, 의견이 바뀌는 조건과 상·하방 리스크를 보여주고 판단 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보고서가 다시 ‘정리된 기준’으로 읽힐 때 시장은 덜 흔들린다. 핀플루언서의 한 마디가 보고서를 이기지 않도록, 리서치가 먼저 기준을 세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