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법적리스크 걷어내야 참여 늘어"…與, 개선안 논의

주식

이데일리,

2026년 1월 23일, 오후 04:21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주주 관여 활동이 자칫 경영 간섭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 적극 참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23일 국회에서 진행된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내실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위원은 법적 리스크를 우려한 기관투자자들의 소극적 태도가 스튜어드십코드를 ‘형식적 규범’에 머물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23일 국회에서 진행된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내실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김윤정 기자)
◇‘7대 원칙’ 있지만…‘연성 규범’ 그친 스튜어드십코드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단순 주식 보유를 넘어 고객·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투자대상회사의 의사결정·경영에 책임 있게 관여하도록 유도하는 행동지침이다. 단기 수익에 치중하기보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장기적 가치 제고를 통해 궁극적으로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연성 규범’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영국(2010년)을 시작으로 캐나다(2010년), 네덜란드(2011년), 스위스(2013년), 일본(2014년), 홍콩(2016년), 한국(2016년), 미국(2017년) 등 주요 자본시장 국가로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수탁자 책임에 관한 정책 마련·공개 △이해상충 방지 정책 마련·공개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주기적 점검 △수탁자 책임 이행 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마련·공개 및 행사 내역 공개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에 대한 보고 △수탁자 책임 이행을 위한 역량·전문성 확보 등 7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토론회에서는 스튜어드십코드 제도 도입 이후 가입 기관 수는 늘었지만 실제 이행 수준은 원칙의 취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 위원은 “연성 규범이라는 특성상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다 보니 의결권 행사 사유 공시가 불성실하거나 내부 지침이 선언적으로 작성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며 “점검 이후 일부 개선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법적 리스크를 우려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점도 한계로 지목됐다. 황 위원은 “주주 관여 활동이 자칫 경영 간섭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실질적 관여보다는 최소한의 형식적 이행에 그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경영 간섭·법적 분쟁 부담”…운용사·연기금 모두 소극적

운용사들은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무 현장에서는 구조적 제약이 크다는 점을 토로했다.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총괄 팀장은 “명확한 가이드라인·평가 기준이 없다 보니 적극적인 주주 관여 활동이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결국 형식적 공시나 최소 수준의 대응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는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여부가 위탁 운용사 선정이나 자산 배분과 실질적으로 연계돼야 현장에서도 우선순위를 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국민연금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이승희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단일 기관으로는 최대 규모의 기관투자자인 만큼,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이 명확한 의결권 행사 원칙과 주주 관여 기준을 제시하면 민간 운용사들의 행동 기준도 자연스럽게 정렬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을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연금이 기준 세워야”…이행 점검 제도 체계화·보상 공시 의무화도 언급

이 연구원은 또 “일본처럼 공적 연기금이 중심이 돼 금융당국·거래소·민간 운용사와 함께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내실화의 ‘앵커’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을 점검하고 평가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책임 이행이 미흡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고, 영국은 공시를 통해 시장의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며 “법적 제재보다 평가와 공시를 통한 시장 압박이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원 보상 정책 공시 의무화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탁책임실장은 “영미권에서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경영진 보수 결정에 주주가 참여하는 제도)’를 통해 경영진 보수가 어떤 기준과 성과에 따라 책정되는지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이는 경영진의 보수 유인을 주주 가치와 연계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임원 보상 정책과 관련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여부가 연기금 자산 위탁과 운용사 평가에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점검 결과가 인센티브와 책임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처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활동에 대한 감독도 금융위로 이관하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민주당 의원은 “스튜어드십코드는 자본시장 신뢰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중요한 장치지만, 연성 규범에 머물러 있는 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의 역할 정립과 함께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이행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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