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보호센터'가 대만증시 7배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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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1월 30일, 오전 06:2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대만의 2024년 국내총생산(GDP)은 8049억달러로 한국(1조7903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CEIC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말 기준 시가총액은 대만이 3조100억달러로 한국(2조7600억달러)에 비해 크다. 대만과 한국의 시총이 뒤집어진 것은 2024년 7월이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대만은 3.61배, 한국은 1.66배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전인미답의 영역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쟁국과 비교하면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5000을 넘어 6000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밸류업 정책을 넘어 대만과 같이 주주 권리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슈링 대만 금융감독위원회(FSC) 증권선물국(SFB) 기업금융국장은 2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SFIPC)’를 대만 기업지배구조 정책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SFIPC는 투자자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하고 주주 권리를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로 인해 대만은 소액주주 보호 체계를 구축했고 기업지배구조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SFIPC는 금융당국과 현지 거래소에서 출연한 기금을 바탕으로 모든 상장사 주식을 매수해 주주 자격으로 기업을 감시한다. 허위·부실 공시, 내부자 거래, 주가 조작 등이 적발되면 투자자들을 대신해 집단소송에 나선다.

이를 통해 주주권 보호는 물론 기업 스스로 이사회 기능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대만 증시가 투명성과 회복력을 갖춘 시장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실제 가권지수는 2003년 1월 SFIPC 설립 당시 4300선에서 1년 뒤 6500선으로 올랐고 현재 3만2000선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대만과 같은 강력한 주주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1·2차 상법 개정으로 주주 권한이 확대됐지만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지배주주 중심의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법망을 피하려는 ‘꼼수’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창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이사들이 주주 충실 의무 원칙에 맞게 이를 반대해야 하지만 중견·중소기업에선 이사회가 지배주주에 종속돼 있는 경우가 많고 일반 주주들은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투자자 보호센터와 같은 기관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상법 개정 노력이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기업을 상대로 주주행동이나 소송을 하려면 시간과 비용 부담이 따르는데 이를 공적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효과가 클 것”이라며 “특히 중소 상장사에는 스튜어드십 코드나 행동주의 펀드, 주주제안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센터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SFIPC). (사진=SFI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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