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삼수생 케이뱅크…흥행 기대 속 ‘구주매출 부담’

주식

이데일리,

2026년 2월 04일, 오후 03:30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삼수 끝에 코스피 입성을 눈앞에 뒀다. 지난 두 차례의 상장 도전에서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으며 고배를 마셨던 케이뱅크는 이번엔 몸집을 줄이고 수급 구조를 개선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5200선을 돌파하는 등 자본시장 역사상 유례없는 호황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도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 흥행에 힘을 싣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국내 증권·운용사 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 등 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유효응답자 20명 중 9명(45%)은 케이뱅크 IPO 결과를 ‘긍정적’, 2명(10%)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부정적’은 8명(40%), ‘매우 부정적’은 1명(5%)으로,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케이뱅크 IPO가 흥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상장 추진 당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확연히 느껴진다.

케이뱅크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도전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지난 2022년 처음으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이듬해 초 시장 상황 악화로 상장 철회를 결정하며 첫 고배를 마셨다. 이어 2024년 다시 한번 공모 절차에 돌입했으나 당시에도 고평가 논란과 업비트 의존도 리스크를 넘지 못하고 수요예측 단계에서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세 번째 도전은 케이뱅크 입장에서 단순한 재도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2021년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할 당시 케이뱅크는 5년 내 상장 완료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해당 기한은 오는 2026년 6월로 임박했다. 만약 이번 상장이 또다시 무산될 경우 대주주인 비씨카드가 FI들의 지분을 다시 사줘야 하는 콜옵션이나 동반매각청구권(태그얼롱)이 행사될 위험이 크다. 사실상 이번 IPO가 케이뱅크의 독자 생존과 성장을 판가름할 마지막 기회로 평가받는 이유다.



◇시장 친화적 승부수 통할까



전문가들은 케이뱅크 IPO 흥행 가능성이 긍정적인 이유로 ‘공모 물량을 축소해 수급 부담을 완화했다(7명·복수응답 가능)’, ‘흑자 구조 안착에 따른 재무 신뢰도 상승(4명)’, ‘구주 매출이 포함됐으나, 상장 후 신규 자금 유입 기대(3명)’, ‘대주주 및 주요 주주의 자발적 보호예수 연장(2명)’ 순으로 응답했다.

케이뱅크는 이번 IPO에서 공모 물량을 기존 8200만주에서 6000만주로 약 27% 축소했다. 이에 따라 공모가 밴드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과거 4조원대에서 3조3673억~3조8541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설문에 응한 운용사 매니저는 “기업가치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시장이 소화 가능한 수준으로 밴드를 조정한 점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주주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자발적 보호예수 연장도 흥행 청신호로 꼽힌다. 최대주주인 비씨카드는 상장 후 의무 보유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렸고, 주요 FI들 역시 6개월의 매각 제한을 확약했다. 상장 후 3·6·12개월로 보호예수 해제 물량을 분산시킴으로써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를 희석시킨 전략이 전문가들의 신뢰를 얻은 모양새다.



◇역대급 호황이 만든 천재일우



무엇보다 외부 환경 역시 케이뱅크의 편이다. 지난 2024년 케이뱅크가 상장을 철회할 당시 코스피는 2800선에서 횡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증시는 유동성이 폭발하며 5200선까지도 돌파했다. 사실상 흥행을 못 하는게 이상할 정도의 장세를 평가도 나온다.

설문에 참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증시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 못지않게 수급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구간”이라며 “역대급 유동성 장세 속에서 대형 우량주에 대한 기관들의 배정 경쟁이 치열한 만큼 케이뱅크가 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수익성 지표도 뒷받침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4년 12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확실한 흑자 궤도에 올랐고, 2025년 3분기 누적으로도 1034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증명했다. 특히 아파트 담보대출 중심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강화가 ‘돈 버는 인터넷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구주매출 50%와 PBR 고평가 논란은 걸림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 20명 중 9명은 여전히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유지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전체 공모 주식의 50%를 차지하는 구주매출이다. 공모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어 성장에 쓰이기보다 기존 주주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절반이 쓰인다는 점은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밸류에이션 산정 방식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이어졌다. 케이뱅크는 일본 라쿠텐뱅크(PBR 3.59배)를 비교 기업에 포함해 1.38~1.56배 수준의 PBR을 산출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국내 시중은행들의 PBR이 여전히 0.5~0.6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케이뱅크의 멀티플은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이 완벽히 증명되어야만 정당화될 수 있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또 업비트 연계 계좌를 통한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은 구조적 특성상 가상화폐(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실적의 휘발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의 변수로 지목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성공적인 IPO를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자본적정성 강화, SME 시장 진출 확대, Tech리더십 강화, 플랫폼 비즈니스 기반 구축, 신사업 진출 등에 투자해 혁신금융과 포용금융 실천에 더욱 힘쓸 계획”이라며 “철저한 준비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오는 2월 4일부터 10일까지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 뒤, 2월 20일과 23일 양일간 일반 청약을 받는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사를 맡았고, 신한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케이뱅크의 상장 예정일은 3월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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