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회계감리도 ‘고의’ 가닥…고려아연 분쟁 ‘시계제로’[only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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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2월 11일, 오후 07:04

영풍 석포제련소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010130)과 영풍(000670)이 금융당국의 최고 수위 제재 심의대에 오른다. 금융당국이 고려아연뿐만 아니라 영풍에 대해서도 회계처리기준 위반 동기를 ‘고의’로 결론 내리면서,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측 모두 경영진의 도덕성과 신뢰도를 둔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이데일리 단독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는 오는 12일 고려아연과 영풍의 회계감리 안건을 동시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두 기업 모두 재무제표를 ‘고의’로 왜곡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계처리기준 위반 제재는 동기(고의·중과실·과실)와 중요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고의는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다.

금융당국은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및 미국 자회사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과 영업권 손상을 재무제표에 적절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영풍의 경우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유출 등 환경오염에 따른 토양 정화 및 폐기물 처리 비용을 충당부채로 제대로 계상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도성이 짙다고 파악해 고의 조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똑같은 ‘고의’ 판정이라도 영풍이 입을 타격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운데 고려아연이 투자 손실에 따른 지배구조 상의 허점을 보였다면, 영풍은 환경 오염 비용을 과소 계상해 재무제표를 왜곡함으로써 환경과 지배구조의 신뢰도가 동시에 무너졌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석포제련소 주민대책위에 따르면 영풍이 공시한 환경오염방지 관련 충당금은 2035억원으로 환경부 추정 비용(2991억원)보다 약 1000억원 가량 적다. 주민대책위는 영풍이 환경 복원 비용을 과소 계상해 1000억원 이상을 공시에서 누락했다고 주장하며 장형진 영풍 고문 등을 검찰 고발한 상태다.

만약 당국의 시각대로 환경 정화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면 영풍은 수천억원대 추가 부채를 인식해야 할 수 있다. 이미 석포제련소 환경 규제 및 조업 정지, 재련 원가 상승 등으로 영업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영풍 입장에선 뼈아픈 부분이다. 영풍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1280억원으로 적자전환하며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이 고려아연과 영풍 모두에 고의 칼날을 겨누면서 3월 주주총회의 향방은 시계제로 상태에 놓였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이른바 ‘쌍방 도덕성 위기’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워지면서다. 감리위를 거친 안건은 통상 2주 뒤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의결된다. 다음 일정인 제4차 증선위는 오는 2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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