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 대신 고용…'공차'로 본 PEF 밸류업 모델

주식

이데일리,

2026년 2월 20일, 오전 09:31

국내 시장에서 사모펀드는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의 상징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부정적 사건이 잇따르며 시선이 차가워졌지만, 실제로는 기업을 살리고 키워낸 사례가 많습니다.

이데일리는 사모펀드가 인력 감축 대신 성장에 투자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사례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사모펀드에 인수됐다는 이유로 우려와 오해를 받았으나, 체질개선에 성공한 기업 사례를 통해 사모펀드의 전문 경영인 영입과 글로벌 확장, 고용 확대가 어떻게 실적 개선과 성장으로 이어졌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이를 통해 투자 방식과 경영 전략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짚으며, 사모펀드를 둘러싼 편견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성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김연지 기자] “매장 추가 출점이 당장 돈이 되는 건 맞지만, 중단하겠습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가 내린 결정에, 공차코리아 경영을 맡은 최고경영자(CEO)는 귀를 의심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 추가 매장을 여는 것은 가장 확실하게 '돈이 되는 일' 이다. 매장 하나가 늘어날 때마다 가맹비와 로열티가 들어오고, 본사 실적은 즉각 개선된다. 출점을 멈추면 확실한 현금 유입도 함께 멈춘다.

그럼에도 최대주주였던 사모펀드 운용사 UCK파트너스는 공차의 성장 전략을 짜며 정반대 결정을 내렸다. 당분간 매장을 늘리는 대신 사람과 시스템에 투자하기로 했다. 단기 수익을 포기하는 선택이었다. UCK는 왜 출점을 멈췄을까.

사모펀드의 인수 결과가 모두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이 알지 못하는 자본시장의 물밑에서는 인수 이후 비용을 줄이기보다 성장에 투자하며 기업을 크게 키워낸 사례도 적지 않다. 공차는 그중에서도 사모펀드가 당장 돈이 되는 길을 알면서도 일부러 피한 선택이 기업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낸 사례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잘 벌지만, 위태로웠던 공차...사모펀드에 UCK에 매각

UCK가 공차를 처음 들여다본 것은 2014년이다. 공차는 매출 실적 숫자만 놓고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회사였다. 현금 흐름은 좋았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30% 수준으로 높았다. 대만에 본사를 두고 국내에 처음 들어온 브랜드인 공차의 인지도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UCK는 실사를 깊게 할수록 다른 그림이 보였다. 회사는 잘 되고 있었지만,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조직은 아니었다. 조직도는 없었고, 인사·마케팅·운영의 역할 구분도 명확하지 않았다. 인력 대부분이 20대 중반의 젊은 직원들이었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그저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을 말로 전달받아 움직이고 있는 아슬아슬한 운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매장이 늘어날수록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했지만 이를 관리할 체계적인 뼈대가 없었다.

'성장기업 투자'를 지향하는 UCK는 이를 리스크가 아니라 성장 여지로 봤다.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충성 고객은 이미 형성돼 있었고, 가맹점 입장에서도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구조라 확장 잠재력이 높았다. 문제는 ‘무엇을 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키우느냐’였다. UCK는 제품과 서비스는 검증된 만큼, 경영만 제대로 얹으면 회사의 크기와 질이 함께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수를 결정한 뒤 거래 구조에도 이런 철학이 반영됐다. UCK는 공차 지분 100% 인수가 아니라 70% 인수를 제안했다. 나머지 30%는 창업주 측이 보유한 채, 투자자와 함께 회사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구조였다. 사서 짧은 기한 내에 팔고 나가겠다는 것 보다 장기 성장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거래였다.



◇사모펀드는 왜 '당장 돈 되는 출점'을 멈췄을까

투자 직후 UCK는 외부에서 F&B 경험이 풍부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CEO와 핵심 임원을 채웠고, 인사·마케팅·운영 조직을 새로 설계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인수한 후 1~2년 차, 공차의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신규 출점 덕분에 본사 매출은 유지됐지만, 동일점포매출(SSSG)이 점점 하락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장 경계하는 신호였다. 가맹점이 적자로 돌아서거나 몇 개쯤 망해도 당분간 본사는 돈을 벌 수 있지만, 방치하면 결국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UCK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출점을 중단하고 기존 점포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매장을 하나 열 때마다 수천만 원의 현금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출점을 멈춘다는 것은 단기 실적을 포기하는 결정이나 다름없었다. 공차 경영을 맡긴 전문 경영인이 출점 이후 실적 감소를 경고했지만,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당장의 과실을 포기하는게 맞다는 원칙을 밀었다. 출점 중단 결정 이후 실제로 공차의 매출과 EBITDA는 빠르게 줄었다. 한때 130억 원 수준이던 EBITDA는 30억 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점포를 늘리는 대신 브랜드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이미 출점된 기존 점포들의 인력 유지를 위해 복지를 강화하고, 신규 고용을 늘렸다. 가맹점 품질을 관리할 슈퍼바이저와 품질관리(QC) 인력을 대거 확충했고, 장기 근로 인력을 위한 포상 체계도 강화했다. 시즌별 신메뉴 개발과 대형 마케팅 캠페인도 본격화했다. 실적이 빠지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늘리는 결정은 위험해 보였지만, UCK는 기업가치 제고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판단했다. 식음료(F&B) 기업에서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완성도 있는 제품으로 전달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매장에 있는 근로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고용과 유지가 곧 기업가치로 직결된다는 명확한 신념이 있었다.

새 경영 방식은 높이 쌓아올린 모래성 같았던 공차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놨다. 점포를 꼼꼼히 관리하고 투자한 끝에 동일점포매출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고, 몇 분기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UCK와 경영진은 그제서야 출점을 다시 재개했다. 이전처럼 출점 속도에 방점을 두기 보다, 기존 점포의 수익성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확장하는 방식이었다.



◇'내실 다진' 공차 코리아, 본사까지 '꿀꺽'

구조적 성장의 정점은 대만 본사 인수였다. UCK 인수 전 공차코리아는 대만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은 운영사에 불과해 신메뉴 하나를 내려 해도 본사 승인을 기다려야 했다. 봄이면 딸기, 여름이면 청포도.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계절마다 음료 수요와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데, 당시 공차의 의사결정 구조는 이런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태였다. 메뉴 개발과 출시가 시장 흐름보다 늦어지면서 브랜드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뚜렷해져갔다. 점포별로 내실을 제대로 다지고 튼튼히 키워낸 만큼, 보다 확장을 노릴만큼 여건도 무르익었다.

사실 대만 본사 인수는 UCK가 공차 인수를 검토하던 초기부터 오랫동안 염두에 둔 성장 시나리오이기도 했다. 단순한 국내 가맹사업자로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한국 사업을 안정화한 뒤 일본 등 해외 진출을 거쳐 브랜드 소유 구조까지 전환하는 그림을 그려둔 상태였다. 바로 이 '글로벌 청사진'이 공차 코리아 사업권을 국내에 들여와 경영하고 있던 초기 경영자들이 UCK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게 된 배경이기도 했다.

UCK 주도로 지난 2016년에 대만 본사 인수에 성공한 이후 공차는 브랜드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단순한 한국 가맹사업자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소유한 프랜차이저로 전환되면서, 연 4회 정기 신메뉴 출시와 국가별로 유연한 현지화 전략, 마케팅 집행이 가능해졌다. 공차가 ‘허락을 기다리는 처지’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공차는 아시아를 넘어 영국과 미국 등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혔고, UCK가 다른 투자자에게 재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무렵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 17개국에서 1120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전사 매출의 42%가 해외에서 발생했고, 인수 전 한국 내 255개 매장이 전부였던 회사와는 전혀 다른 구조로 변모했다.

성장은 고용으로 이어졌다. 인수 당시 39명이던 본사 임직원 수는 UCK의 투자 회수 시점에는 334명으로 늘었다. 공차가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 선정 ‘고용 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이름을 올린 배경이다. UCK는 공차를 재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인수 예정자를 설득해 임직원 고용 보장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공차를 이루는 '사람'을 함부로 자르 것이 운영 시스템과 축적된 성장 노하우를 무너트리는 것이라는 점을 어렵게 관철시켰다. 고용을 비용이 아닌 기업가치의 일부로 인식해 온 투자 철학이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 셈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모펀드의 다른 얼굴

하버드 MBA 과정에서도 우수 사례로 꾸준히 회자되는 '공차' 투자는 사모펀드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는 시선에 균열을 내는 질문을 던진다. 비용을 깎아 수익을 만드는 자본이기만한 것이 아니라, 성장의 순서와 구조를 설계하는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다.

UCK가 투자한 기업들 중에는 공차외에도 눈여겨볼 만한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투자 기업 중 에프앤디넷은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메디트와 오스템임플란트는 수출의 탑과 기술상을 수상했고, 이밖에도 여러 투자기업들이 환경·고용·기술 분야에서 정부 표창과 산업상을 받았다. 단순히 '잘 사서 잘 팔았다'는 사모펀드의 기본 전략에만 충실해서는 얻어낼 수 없는 성과다.

사모펀드를 둘러싼 인식은 여전히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그러나 공차의 성장 스토리에서는 사모펀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용을 비용이 아니라 성장의 조건으로 본 UCK의 선택은, 결국 기업가치로 돌아왔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사모펀드의 또 다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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