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현행 주식 결제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제주기 단축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주식 투자의 환금성 개선은 물론 증권사의 증거금 부담이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외국인 투자 접근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비용·편익 분석이 선행돼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KRX)와 예탁결제원(KSD)은 결제주기 단축을 위한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청산·결제 시스템 개편에 본격 착수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급 결제에 대한 절차적인 문제를 국제적 동향을 잘 파악해 절대로 늦지 않고 오히려 선제적으로 청산·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매도 체결 후 이틀째 되는 날(T+2)에 현금 결제가 이뤄진다. 거래소에서 매매가 체결되면 예탁결제원이 증권사별 순매수 포지션을 계산하고, 한국거래소가 청산기관으로서 이행을 담보하는 구조다. 현금은 한국은행 실시간총액결제시스템(RTGS)을 통해 이동한다. 이 과정이 이틀이 걸리는 건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전 세계 은행·결제시스템이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영업일 기준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처럼 블록체인 기반 실시간 결제(T+0)가 이론상 가능하다 해도 중앙은행을 거쳐 현금이 이동해야 하는 주식 매매에서는 좀처럼 도입되기 어려운 이유다. 정 이사장도 “나중에 블록체인 기술에 의한 거래가 이뤄지면 청산결제 과정이 없어지고 즉시 지급이 이뤄지는 과정으로 최종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1 결제를 먼저 도입한 건 미국이다. 2021년 게임스탑 사태 당시 온라인 중개업체 로빈후드가 증거금 부족으로 고객의 매수 주문을 강제 차단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후 결제주기를 T+2에서 T+1으로 단축했고, 2024년 5월 28일부터 시행됐다.
글로벌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일본·홍콩·싱가포르와 함께 T+2를 유지하고 있으나, 유럽연합·영국·스위스는 2027년 10월을 공동 전환 목표로 설정했다. 인도는 이미 2023년 1월 T+1을 전면 시행했다.
주요국 주식 거래 후 대금 지급일. (그래픽=이미나 기자)
결제주기가 T+1로 단축되면 투자자는 하루 일찍 현금을 확보해 활용할 수 있고, 결제 기간이 줄어들면 결제불이행 위험도 낮아져 증권사가 거래소에 납부하는 청산 증거금과 손해배상공동기금 부담도 줄어든다.
실제 미국 청산기관 NSCC의 청산기금은 T+1 전환 이후 기존 128억달러(약 19조2000억원)에서 23% 줄어든 98억달러(약 14조7000억원)로 감소했다.
한국거래소는 국내에서도 청산일이 하루 앞당겨질 경우 주가 변동성에 따른 결제 위험이 약 30% 감소하면서 증권사가 납부해야 할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장밋빛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청산·결제 업무 자동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동·환전 처리 시간이 촉박해질 수 있다. 한국은 미국보다 시차가 14시간 앞서 있어 T+1 도입 시 외국인 입장에선 사실상 당일 결제(T+0)에 가까운 조건이 된다. 외화 조달 실패나 결제불이행 위험이 높아지면 외국인의 한국 시장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우려도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글로벌 제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되, 비용·편익 분석을 거쳐 충분한 효익이 확인될 경우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투자자 편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 거래수수료가 현재도 거의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인데다, 상·하한가 제약으로 증권사의 증거금 부담도 낮은 편”이라며 “결제일 단축으로 인한 부담 완화가 투자자 전반에 돌아갈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증거금은 증권사의 자본금으로 맡겨져 예금·수시입출금식예금(MMF) 등 안전성과 환금성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운용수익은 증권사에 추후 배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