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코스피는 6% 넘게 급락하며 5400선으로 밀린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75.45(6.49%)포인트 하락한 5,405.75를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64.63(5.56%)포인트 하락한 1,096.89를 기록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6.70원(1.11%) 상승한 달러당 1517.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급락의 직접적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최후통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사이 이란에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핵심 발전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해당 시한은 한국 시각 기준 화요일 아침까지다. 이에 이란은 발전소가 공격받을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고 미국·이스라엘 기반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맞섰다.
양측이 강경 대응을 시사하며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8달러, 브렌트유는 107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유가 급등은 미 연준(Fed)의 통화정책 기대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미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확률을 반영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나타내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 및 이란의 항전 의지에 긴장이 고조된 데다 미국 연내 기준금리 인상 기대(26.5%)가 인하 기대(11.9%)를 역전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9시18분 코스피200 선물이 전일 종가 대비 5.11% 하락하며 1분간 지속돼 프로그램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들어 10번째 발동이며, 매도 사이드카로는 6번째다. 3월 들어서만 4번째다.
투자자별로는 개인이 6조9988억원을 순매수하며 사상 최대 규모 매수에 나섰으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조6714억원, 3조817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반도체 대장주들의 낙폭이 컸다. SK하이닉스(000660)는 전 거래일 대비 7만4000원(7.35%) 내린 93만3000원에, 삼성전자(005930)는 1만3100원(6.57%) 하락한 18만63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SK스퀘어(402340)(-8.39%), 두산에너빌리티(034020)(-8.12%), 현대차(005380)(-6.19%), LG에너지솔루션(373220)(-5.19%) 등도 급락했다.
검찰이 이날 4개 정유사에 담합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유가 상승에도 S-OiL(-5.19%), SK이노베이션(096770)(-7.29%) 등 정유주도 부진했다. 하이브(352820)는 방탄소년단(BTS) 컴백 이후 ‘셀온(sell-on)’ 현상과 예상치를 밑돈 관객수로 15.55% 급락했다.
코스닥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9.86%), 에이비엘바이오(298380)(-11.39%), 리가켐바이오(141080)(-10.00%) 등이 큰 폭으로 밀렸다. 반면 삼천당제약(000250)은 경구용 인슐린 물질의 유럽 임상 본격 진입 소식을 호재로 3.75% 상승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지켰다.
증권가는 공통적으로 전쟁 장기화보다 협상 가능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며, 이번 급락을 비중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긴급시황을 통해 “미국과 이란이 상호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양측 모두 실질적 이익이 없고, 장기전에 대한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협상 개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또한 코스피 5500 수준을 12개월 예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9.16배, 주가순자산비율(PBR) 1.52배로 평가하며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환경이 아니라면 지수가 추가 하락하더라도 회복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차 하락 시 40일·50일선과 2월 등락 저점권인 4900~5000선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 변동성 확대 시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중동 이슈에 따른 유가·달러·금리 변동성 추가 확대 시 코스피 2차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실적 모멘텀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글로벌 증시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한국이 9.7%로 미국(2.4%), 중국(2.3%), 일본(1.4%), 유럽(1%) 등 주요국을 크게 웃돌았다. 정보기술(IT) 하드웨어(반도체)와 금융 업종이 주된 기여 업종인 만큼, 미·이란 협상이 개시될 경우 코스피의 주가 회복 탄력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유가·환율의 방향 전환을 지목하며 “아직 외국인이 복귀하기 위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관망을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