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는 타 기관이 주춤하는 사이 고수익 딜을 독식하는 실리를 챙겼다. 반면 최 회장은 단일 채권자에 경영권 지분의 향배를 맡겨야 하는 리스크와 비용 상승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경영권 분쟁 부담”…셀다운 고사한 기관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당초 계획했던 외부 기관 대상 신디케이션(공동 대출) 대신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 자금만으로 고려아연 지분 매입 자금 6500억원 전액을 책임지는 단독 인수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이같은 내용의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하고 최종 딜 클로징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대출은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약 2%를 최 회장 일가가 되사오기 위한 리파이낸싱 차원에서 진행됐다.
베인캐피탈은 지난 2024년 10월 최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에 참여하며 약 4000억원대 중반의 자금을 투입했다. 당시 양 측은 최 회장이 지분을 되살 때 연 15%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기로 합의한 바 있다. 베인캐피탈이 투입한 원금에 약 1년6개월의 복리 이자, 부대 비용 등을 적용한 지분 인수를 위한 최종 인수가는 6500억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당초 메리츠증권은 총액인수 후 선순위 물량을 국책금융기관 및 대형 공제회 등 외부 기관에 재매각(셀다운)하는 신디케이션 구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참여를 검토하던 주요 기관들이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의 오너 개인 대출이라는 점과 이에 따른 사법·정무적 리스크를 부담스러워하며 최종적으로 참여 의사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책 성격의 금융기관들은 최근 금감원 감리와 검찰 수사 등이 얽힌 고려아연 사태의 민감성을 고려해 극도로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책 자금이 투입되는 금융사가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딜에 선순위로 참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 계열사 화력 집중…“수익성·담보가치 충분”
외부 투자자 모집이 난항을 겪자 메리츠증권은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그룹 계열사 자금력을 총동원해 6500억원 전액을 자체 조달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셀다운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대신, 고려아연의 우량한 담보 가치와 높은 수익성을 메리츠가 독점하는 구조다.
메리츠 측은 이번 딜의 사업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의 견고한 실적과 미국 제련소 투자 등 미래 성장성을 고려할 때, 지분 담보 대출로서의 안정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타 기관들이 정무적 리스크에 주춤하는 사이, 메리츠 특유의 공격적인 IB 역량으로 고수익 딜을 단독 선점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자금 조달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최 회장 측이 짊어져야 할 청구서는 당초보다 무거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부 신디케이션이 무산되고 메리츠가 단독으로 리스크를 떠안게 된 만큼, 대출 금리와 담보인정비율(LTV) 등 세부 조건이 최 회장에게 다소 까다롭게 설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주총 현장에서의 표 대결 승부와는 별개로, 단일 채권자에 경영권 지분을 맡기게 된 최 회장의 향후 이자 부담과 재무적 협상력이 경영권 수성 가도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