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바이오 투자, 국내 기업 글로벌 진출 계기 될 것”

주식

이데일리,

2026년 3월 26일, 오전 08:43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한국투자공사(KIC)가 국내 바이오 산업에 첫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면서 기술력은 갖췄으나 자금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IC가 아시아 최대 헬스케어 전문 운용사인 CBC그룹과 손잡고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R&D 투자 플랫폼에 1억 5000만달러(약 2200억원)를 투입하기로 하면서,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상업화 단계까지 연결되는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다는 평가다.

(표=iM증권)
정재원 iM증권 연구원은 26일 보고서에서 KIC의 이번 결정이 국내 바이오 업종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해외 자산 투자를 주로 해온 KIC가 국내 첫 투자처로 바이오를 택했다는 점 자체가 상징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재무 부담과 해외 네트워크 한계로 임상과 상업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국내 바이오텍 입장에선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KIC의 파트너인 CBC그룹은 아시아를 기반으로 14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헬스케어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다. CBC는 단순 재무적 투자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 경영, 연구개발, 글로벌 상업화 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인베스터-오퍼레이터(Investor-Operator)’ 모델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정 연구원은 이런 구조가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단순한 자금 수혈이 아니라 글로벌 사업화 역량까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CBC는 국내 기업 투자 경험도 갖고 있다. 2021년 휴젤 경영권 인수 이후 글로벌 시장 공략과 브랜드 강화에 나섰고, 2024년에는 보툴리눔톡신 ‘레티보’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이끌어냈다. 또 직접 설립한 에베레스트 메디슨을 통해 해외 유망 파이프라인을 아시아에서 상업화하는 모델도 시도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CBC가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사업화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수혜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는 에이비엘바이오(298380), 리가켐바이오(141080), 에이프릴바이오(397030) 등이 제시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위암 타깃 후보물질 ABL111을 CBC 포트폴리오 기업인 아이맵(I-Mab)과 공동 개발 중이며, 향후 글로벌 가속 승인과 해외 임상 관련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가켐바이오는 HER2 ADC인 LCB14와 ROR-1 ADC 후보물질 LCB71 등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모멘텀이 올해와 내년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고, CBC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기술수출 계약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SAFA 플랫폼 기술력을 이미 입증한 가운데 추가 임상과 적응증 확장 과정에서 CBC 네트워크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밖에 알지노믹스(476830)와 오름테라퓨틱(475830)도 초기 임상 단계 핵심 자산을 보유한 기업으로 언급됐다.

정 연구원은 이번 투자가 개별 기업 지원을 넘어 국내 바이오 산업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고위험·고수익 성격이 강한 바이오 산업 특성상 국부펀드의 장기 자본이 투입되면 자금 부담을 덜고 임상 후반부와 상업화까지 완주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연구개발부터 생산·판매까지 모두 아우르는 ‘완전통합형 바이오제약사(FIBCO)’ 모델이 국내에서도 등장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CBC가 운용 중인 R-브리지 펀드는 승인 의약품이나 상업화 단계 로열티를 담보로 자금을 공급하는 비희석성 금융 구조라는 점에서, 기존 지분 매각 중심 자금 조달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됐다.

정 연구원은 다만 이런 구조적 변화가 현실화하려면 결국 검증된 국내 바이오 자산에서 성공 사례가 먼저 나와야 한다며, 앞으로 관련 투자 일정과 구체적인 집행 내용이 공개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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