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으로 美 비상장사 투자?…하나운용 ETF의 ‘무리수’[only이데일리]

주식

이데일리,

2026년 3월 26일, 오후 07:19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하나자산운용이 ‘1Q 미국우주항공테크’ 상장지수펀드(ETF)의 무리한 마케팅 방식으로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담은 해외 ETF에 간접 투자하면서 비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 ‘꼼수’를 유발하고 있어서다. 스페이스X가 상장을 앞둔 가운데 관련 투자 열기에 무리하게 편승해 투자자의 오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하나자산운용 블로그)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운용은 오는 27일 1Q 미국우주항공테크 ETF 내 스페이스X 간접 투자 비중을 0.3%로 늘릴 예정이다. 스페이스X 비상장 지분을 보유하는 미국 ETF인 ‘Baron First Principles ETF(RONB)’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방식이다.

하나자산운용은 증권사와 총수익 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해 RONB 내 스페이스X 수익률만 받아온다는 구상이다. TRS는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 계약이다. 이 방식으로 증권사는 스페이스X 비상장 지분이 포함된 자산에 투자하고 하나자산운용은 이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손익을 연동할 수 있게 된다.

하나자산운용이 해외 ETF 재간접 투자에 나선 건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에 따른 수혜를 노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내에 상장된 ETF가 비상장 종목을 직접 편입하는 데 제한이 있는 만큼 재간접 투자로 스페이스X에 대한 노출도를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문제는 연금 계좌를 통한 투자까지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자산운용 측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IRP)와 개인종합자산관리 계좌(ISA)는 해외에 상장된 ETF를 사지 못해 사실상 투자가 막혀 있었다”며 비상장 기업인 스페이스X 투자 길이 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비상장 주식 투자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퇴직연금감독규정과 자본시장법상 연금계좌는 비상장 주식의 편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재간접 ETF라는 우회 방식으로 규제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Q 미국우주항공테크 ETF는 비상장 종목에 투자를 제한한 퇴직연금감독규정을 우회한 것”이라며 “하나자산운용이 TRS를 통해 간접 투자 해법을 찾았다고 하는데 이런 방식이라면 비상장 종목에 대한 투자 ‘꼼수’가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낮아 투자자가 기대하는 수익 구조와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페이스X라는 상징성 있는 종목을 내세워 자금을 유인하고 있지만 실제 편입 비중은 0.3% 수준에 불과해서다. 해당 ETF가 운용 전략보다 마케팅 요소를 부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나자산운용은 1Q 미국우주항공테크 ETF 출시 초기부터 “스페이스X 상장 시 최대 비중으로 즉시 편입할 예정”이라고 홍보하며 논란을 빚어왔다. 스페이스X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초대형 IPO 대어로 상장 초기 물량 수급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상 투자 광고 시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하나자산운용 관계자는 “스페이스X 초기 투자자들의 엑시트(회수)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상장 시 편입하지 못할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퇴직연금 계좌에서 해당 ETF를 투자할 수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거나 유도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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