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개선 수단으로 ‘자산 재평가’ 확산…저PBR 정책에 속도 더 붙을까

주식

이데일리,

2026년 3월 30일, 오후 06:51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최근 코스닥 상장유지 기준이 강화되고 주주환원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 재평가에 나서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개선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관련 움직임이 한층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자산재평가 결과 공시 기업. (그래픽=이미나 기자)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자산재평가 실시를 결정한 기업은 디지아이(043360), 리더스코스메틱(016100),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334970), 한양증권(001750) 등 총 4곳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미 자산재평가 결과를 공시한 기업도 6곳으로 나타났다. 한창제지(009460), 만호제강(001080), 서부T&D(006730), 유니켐(011330), 머큐리(100590), 제이케이시냅스(060230) 등이다.

자산 재평가는 기업이 보유한 토지나 건물 등 유형자산의 공정가치를 다시 평가하는 절차다. 재평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평가잉여금은 자기자본에 반영돼 자본 확충 효과를 내고, 부채비율 등 재무 안정성 지표 개선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창제지는 양산공장 토지를 재평가해 장부가 약 256억원 수준이던 자산을 약 855억원 규모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약 599억원의 재평가차액이 발생했으며 467억원 규모의 기타포괄손익(재평가잉여금)을 자본에 반영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자산재평가 기준일(31일)을 앞두고 한창제지 주가는 30일 장중 전거래일 대비 26.68% 오른 793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목적에서 자산 재평가를 진행했다. 만호제강은 이달 토지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장부가 약 360억원을 2514억원으로 재평가했다고 공시했다. 2154억원 규모의 차익을 반영해 자본 증가 효과를 낼 예정이다. 이는 자산총액의 100%를 넘는 수준이다.

앞서 머큐리도 인천 가좌동 토지 재평가를 통해 약 100억원 수준이던 장부가를 685억원으로 끌어올리며 585억원 규모의 재평가잉여금을 기타포괄손익에 반영한다고 1월 공시했다. 이 외에도 서부T&D는 투자부동산과 유형자산을 포함한 대규모 자산 재평가를 통해 약 2380억원 규모의 차익을, 제이케이시냅스는 토지와 건물, 투자부동산 등을 포함한 자산 재평가를 통해 약 167억원 규모의 차익을 반영했다.

자산 재평가 결정 공시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디지아이는 약 225억원 규모 장부가 자산을 대상으로 재평가를 추진하기로 했으며, 리더스코스메틱과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한양증권 등도 잇따라 토지 자산 재평가에 나섰다. 이들 역시 공통적으로 공정가치 반영과 자산 및 자본 증대 효과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주요 목적으로 제시했다.

최근 정부가 시장 퇴출 기준을 강화하는 가운데 상장사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액면병합을 통해 주가 수준을 끌어올리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자산 재평가 역시 부채비율을 낮추고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강화된 상장 유지 기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개선 정책이 맞물리면서 자산가치 재평가 움직임에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내놓은 ‘2단계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는 토지부터 공시지가 기준으로 장부가치와 공정가치 차이를 재무제표 주석에 의무 공시하도록 하고 향후 대상 자산군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증권가에서도 자산 재평가가 저평가 해소 전략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사의 약 95%가 보유 자산을 원가법으로 장부에 기록해 기업가치가 실제보다 낮게 왜곡돼 왔다”며 “(저PBR 압박에) 자산 재평가 공시까지 더해지면 숨겨진 장부가치가 드러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만년 저PBR 우량 기업들의 리레이팅(재평가)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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