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직격탄?' 회계사 인기 하락 체감…경쟁률·응시자 5년 내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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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4월 01일, 오후 07:08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올해 공인회계사(CPA) 시험이 ‘취업대란’과 AI(인공지능)의 역습으로 직격탄을 맞으며 인기가 식어가는 모양새다. 응시자 수와 경쟁률 모두 최근 5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제1차 공인회계사 시험에는 총 1만 2263명이 응시해 2816명이 합격했다. 경쟁률은 4.4대 1로, 최근 5개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응시자 수 및 경쟁률 추이
2022년만 해도 응시자는 1만 3123명, 경쟁률은 5.9대 1을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후 2023년 1만3733명(경쟁률 5.2대 1), 2024년 1만 4472명(4.8대 1), 2025년 1만 4259명(4.9대 1)에 이어 올해는 응시자와 경쟁률 모두 최저점을 찍었다.

회계업계는 최근 수 년간 이어진 ‘미지정’ 문제를 응시자와 경쟁률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현행법상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에 실무수습기관에서 수습기간을 거치고 나서야 정식 회계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 기관을 찾지 못하면 미지정 회계사로 남아 사실상 취업길이 막힌다.

회계사 미지정 문제는 경기 불황에 더해 회계사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발생했다. 주요 전문직 중 하나로 꼽히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기관을 찾지 못하거나 취직을 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회계사가 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에는 AI의 발달이 저연차 회계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사 합격자 1200명 중 수습기관에 등록하지 못한 합격자는 10월 말 기준으로 862명이다. 절반 이상이 사실상 미취업 상태인 셈이다. 2024년 합격자 중에서도 200여명이 여전히 수습기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회계사 선발인원은 1100명 수준으로 유지되다 2024년부터 1250명으로 늘어났다. 인원은 늘었는데 정작 업황이 침체하면서 회계법인들의 채용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올해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지난해(1200명)보다 50명 줄어든 1150명으로 결정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당국은 나아가 추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내 관계기관 및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협의해 미지정 회계사 해소 방안을 담은 종합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실무수습기관으로 인정하는 비(非)회계법인 범위를 일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을 비롯해 사모펀드까지 넓히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현재는 중앙행정기관 및 정부 출차 공공기관 등 일부에 한해 비회계법인 실무수습기관으로 허용 중이다. 수습기관 범위를 늘려 그만큼 합격 공인회계사들의 수습 기회를 확대하고자 함이다.

물론, 당국이 대책을 고심 중임에도 수험생들 사이에선 ‘이 길을 가도 될지’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회계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공포심을 느끼면서 다른 길을 찾아 나서야 할 수 있다는 분위기는 분명히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AI를 같이 배워서 회계 생산성과 시너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움직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AI를 잘 활용하는 회계사는 전통적인 회계감사 및 세무 업무에 있어 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며 “오히려 AI를 활용해서 더 많은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기 때문에 회계사에 대한 수요가 아예 없어지거나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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