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병목, 반도체 다음은 ‘네트워크’…광통신 ETF 출격[ETF언박싱]

주식

이데일리,

2026년 4월 04일, 오전 07:31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무게중심이 반도체와 전력을 넘어 네트워크 인프라로 확장되면서, 광통신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새로 나왔다. AI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연결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상품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31일 ‘KODEX 미국 AI 광통신 네트워크’를 상장했다. 이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광통신 및 네트워크 인프라 관련 주요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테마형 패시브 ETF다. AI 산업의 핵심 축이 반도체 성능 경쟁을 넘어 네트워크 병목을 해소하는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설계됐다.

(일러스트=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이 상품이 겨냥하는 핵심은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환경에서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꿔 전송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광학 솔루션 기업들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 이동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광통신 기술이 AI 성능 구현의 ‘마지막 퍼즐’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반도체가 만들어낸 연산 능력을 실제 네트워크 성능으로 연결해주는 기업들에 주목한 셈이다.

김천흥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AI 시대의 경쟁 구도는 이제 ‘누가 더 많은 칩을 가졌느냐’에서 ‘누가 더 빠르고 끊김 없이 칩들을 연결하느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광통신 네트워크는 인공지능 산업 성장의 핵심 축으로, 이 구조적 전환의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기업들만을 엄선해 상품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AI 투자 지형이 반도체 단일 축에서 전력, 냉각, 네트워크 등 인프라 전반으로 넓어지는 흐름을 반영한 ETF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AI 테마 ETF가 GPU와 반도체 장비주 중심이었다면 이 상품은 데이터 이동과 연결 효율이라는 후방 인프라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AI 산업이 커질수록 ‘계산’만큼 ‘연결’이 중요해진다는 점에 베팅한 상품이라는 의미다.

편입 대상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20억달러 이상, 일평균 거래대금 100만달러 이상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들이다. LLM 기반 테마 분석 플랫폼인 ‘NEXUS’를 활용해 ‘AI Optical Communication and Network Infrastructure’ 키워드와의 관련성을 평가하고, 유사도 상위 10~15개 종목을 최종 편입한다.

비중 배분 방식도 눈에 띈다. 키워드 유사도 점수와 로그 유동시가총액 점수를 각각 50%씩 반영한 통합 점수를 기반으로 비중을 산출한다. 여기에 시그모이드 순위 가중 방식을 적용해 상위 종목에 점진적으로 더 높은 비중을 부여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상위 3개 종목 비중이 높은 집중형 구조이며, 개별 종목의 최대 편입 비중은 25%, 최소 비중은 2%로 제한된다.

상장일 기준 핵심 편입 종목으로는 루멘텀(Lumentum), 코히런트(Coherent), 시에나(Ciena)가 꼽힌다. 타워 세미컨덕터(Tower Semiconductor), 노키아(Nokia), 코닝(Corning), 셀레스티카(Celestica), 어플라이드 옵토일렉트로닉스(Applied Optoelectronics),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 패브리넷(Fabrinet) 등도 포트폴리오에 포함됐다. 광학 모듈, 장거리 광전송 장비, 실리콘 포토닉스, 데이터센터 연결칩, 광섬유 등 AI 네트워크 생태계 전반을 폭넓게 담은 구성이 특징이다.

광통신 기술의 확산 속도는 AI 인프라 고도화와 맞물려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만 개의 GPU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1.6T 이상의 초고속 전송이 필요하다”며 “막대한 데이터 병목을 전기가 아닌 빛의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이 요구되면서 광학 기술 도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지수는 ‘Akros 미국 AI 광통신 및 네트워크 인프라 지수’다. 총보수는 0.55%이며, 정기 리밸런싱은 매년 3월·6월·9월·12월 옵션만기일에 연 4회 진행된다. 다만 테마가 선명하고 편입 종목 수가 많지 않은 만큼 특정 업종·종목 변동성에 더 민감할 수 있어, 분산 효과는 범용 기술주 ETF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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