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무근’ 뒤 숨은 혈투…우버, 카카오모빌리티 인수설 실체는

주식

이데일리,

2026년 4월 04일, 오전 09:30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카카오(035720)의 답변은 ‘사실무근’ 네 글자였고, 우버는 침묵을 택했다. 하지만 글로벌 모빌리티 공룡 우버의 카카오모빌리티 인수설을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표면적인 부인 뒤에는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 TPG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의 갈등, 그리고 5조5000억원이라는 물러설 수 없는 ‘숫자’가 얽힌 복잡한 혈투가 숨어 있다.

4일 IB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인수확약서(LOC)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는 2대 주주인 TPG(29%)와 칼라일(6.2%)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의 구주 전량을 인수하는 동시에, 전략적 투자자(SI)인 LG(2.5%), 구글(1.5%), GS(1.4%) 등의 소수 지분까지 함께 묶어 사들이는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57.2%) 중 일부를 추가로 확보해 우버가 확고한 1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카카오모빌리티 전체 기업가치(EV)는 약 5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며, 이에 따른 경영권 지분 매각가는 약 2조8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또다시 등장한 ‘5.5조’ 밸류에이션



이번 인수설에서 나온 기업가치 5조5000억원은 2년 전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와 판박이다. 지난 2024년 VIG파트너스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골드만삭스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카카오모빌리티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산업은행과 신한금융, 키움증권 등 대규모 인수금융까지 마련했으나 막판 협상 과정에서 딜이 무산된 바 있다.

IB업계에선 이번에도 같은 몸값이 책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TPG를 비롯한 FI 입장에서 5조5000억원은 출자자(LP)들에게 면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는 최저가라는 분석이다. FI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반드시 고수해야 하는 마지노선이 이번 우버 딜의 가격 기준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우버의 인수 능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기준 우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6억달러(약 10조원) 수준으로 재무 상태는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월간 2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바탕으로 실적 호조와 현금 흐름을 통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2대 주주 TPG와의 보이지 않는 균열



일각에서는 카카오 본사와 TPG 간의 파트너십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갈등의 불씨는 직전 매각 시도였던 VIG파트너스와의 논의가 김범수 창업주의 변심으로 막판에 무산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엑시트 기회를 놓친 TPG 측이 카카오의 의사결정 방식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고, 이것이 주주 간의 앙금으로 남았다는 후문이다.

최근 업계에서 회자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CA협의체 분담금 미납설’ 역시 이러한 갈등의 단면으로 풀이된다. 흑자 계열사인 모빌리티가 그룹 운영 분담금 지출에 소극적인 배경에 FI의 비토(Veto)권 행사가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 경영권 사수 의지가 강했던 카카오 측의 기류도 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사법 리스크를 상당수 덜어냈고, 카카오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 압박 이 거세지면서, 카카오 수뇌부 역시 올해 초부터 경영권 매각을 포함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심하기 시작했다는 기류가 읽힌다.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넘기 어려울 듯



하지만 관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다. 국내 택시 호출 시장에서 우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합산 점유율은 90%를 상회한다. 최근 공정위가 독과점 방지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SK렌터카를 보유한 사모펀드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인수를 저지한 전례가 있는 만큼, ‘거대 공룡’의 결합을 용인해주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과거 사모펀드 매각 시도 당시와 달리 노조 측의 반발 기류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MBK파트너스(2022년), VIG파트너스(2024년) 등 사모펀드의 인수 시도 당시 카카오모빌리티 노조는 ‘국민 이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우버는 글로벌 1위 기업이라는 점에서 노조 입장에서도 ‘기업 사냥꾼’에 팔리는 것보다 거부감이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FI와의 갈등이 임계치에 달한 상황에서 우버라는 글로벌 대안은 매력적인 선택지”라며 “결국 가격 협상보다는 독과점 논란이라는 정무적 리스크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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