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시 결과 아닌 과정 책임으로…사외적립의무, 속도조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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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4월 08일, 오후 04:40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퇴직연금 기금형 제도를 비롯해 사외적립 의무화 등을 놓고 노·사·정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난상토론을 벌였다. 노동계는 수익률에 대한 결과 책임과 과정 책임을 상호 보완적인 책임구조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경영계에서는 사외적립 의무화에 대해 사업장 규모별 준비 기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8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박상혁·박홍배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상혁 의원실)
◇퇴직연금 운영 주체, ‘과정 책임’으로 전환해야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박상혁·박홍배 의원 공동 주최로 ‘퇴직연금 정책 방향 평가 및 수익률 제고를 위한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당국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약 501조 4000억원(잠정)으로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2024년 말(431조 7000억원) 대비로는 약 70조원 늘었다. 다만 적립금 중 대부분인 75% 정도가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에 치중돼 있다보니, 연간 수익률은 6.47%(잠정)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노사정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 등에 합의하며 지난 2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대표 발제에 나선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는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주체가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으로 전환이 돼야 한다”며 “의사결정 과정의 적정성에 대한 기준을 정확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직연금 수탁자에게 수익률 결과로 책임을 묻는 대신 운용 과정에서의 적절성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닐슨 교수는 “가장 좋은 해외의 예시는 미국이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세이프 하버’ 원칙이 있어서 퇴직연금의 의사결정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을 정확하게 따르는 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외적립 의무화에 대해선 “속도와 설계를 잘못 잡으면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의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원과 유연성이다. 해외의 경우 자동가입, 디폴트 옵션이 보편적인 선택으로 정착된 후에 보호 장치를 포함한 의무화를 시작했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적립금의 중도 인출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주로 주택구입과 주거임차가 목적이다.

◇퇴직금 체불 문제, 사외적립으로 해소 가능

이에 대해 노동계 대표로 나온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과정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과정 책임을 너무 강화하면 누가 운영에 나서려고 하겠으며, 약화한다면 운영 책임에 있어서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외적립 의무화에 대해선 “체불임금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퇴직금 체불 문제를 사외적립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업자의 의무 이행 실태 점검 및 미이행 사업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이행강제금 등 강행 규정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영계에서는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이 사외적립 의무화를 두고 “유동성 한계 기업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고용 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사업장 규모별로는 충분한 준비 기간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시금이 아닌 연금 수령을 높이는 방향에 대해선 “일본처럼 일시금 수령 전 숙려기간을 주는 등 일시금 수령 대신 노후 자금으로 쓰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퇴직연금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제고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최종진 한국투자증권 연금혁신본부장은 “위험자산 투자한도 70%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발행어음과 IMA의 편입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 입장에서 발표에 나선 남성욱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기금형을 운영해 주는 수탁 법인이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제도를 운영하는 방향, 그리고 그걸 가능케 하는 관리감독 체계가 (정책의)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적립 의무화가 영세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노동계·경영계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면서 실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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