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은 호재, 협상은 변수”…증시 하락은 제한적

주식

이데일리,

2026년 4월 09일, 오전 08:24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이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협상 난항으로 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더라도 3월과 같은 급락 장세가 재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지수 하방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파키스탄이 제시한 미국과 이란의 극적인 2주 휴전안이 성사되면서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차 정점을 통과하고 완화될 것”이라며 “전일 유가 급락과 증시 급등은 전쟁 리스크 완화 기대를 금융시장이 선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변 연구원은 이번 극적 휴전의 배경으로 파키스탄과 중국의 중재 노력, 미국의 협상 의지 강화 등을 꼽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한 발언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이란이 제시한 10가지 제안이 주요 토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이란 측 요구가 일정 부분 수용된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미국이 조기 수습에 나선 배경엔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른 경기 부담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4월 1일 미국 휘발유 소매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돌파하면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부각됐고, 이란 사태 장기화가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협상 동력을 높였다고 봤다.

시장의 다음 분수령은 1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되는 미·이란 대면 협상이다. 변 연구원은 첫 협상 테이블에서 모든 이견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특히 이란의 10가지 협상 제안 가운데 우라늄 농축 허용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문제는 양측 입장 차가 커 협상 난항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제로 농축’과 고농축 우라늄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관을 요구하는 반면, 이란은 농축 권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도 이란은 자체 통제권 인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공동 통제 성격의 관리 방식을 희망하고 있어, 양측이 쉽게 간극을 좁히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 협상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봤다. 우라늄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가장 민감한 쟁점으로, 협상 과정에서 관련 노이즈가 확대되면 증시도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표=IBK투자증권)
그럼에도 변 연구원은 시장의 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다시 극단적인 충돌 국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다.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미국 내 경기 부담이 커졌고, 이를 의식해 미국도 사태를 장기화하기보다는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유인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시의 실적 모멘텀도 하단을 지지할 요인으로 제시됐다. 변 연구원은 삼성전자(005930)의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30%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점에 주목했다. 이는 삼성전자 주가 하방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4월 말 예정된 SK하이닉스(000660) 실적 발표 기대를 자극할 수 있는 재료라는 설명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대체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 기대감이 지수 하방을 방어할 수 있다고 봤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이미 상당 부분 해소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일 기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85배까지 하락해 과거 경험적 저점인 8배를 크게 밑돌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1.38배로, 지난 2월 고점인 1.68배에서 크게 낮아진 상태다.

변동성 지표도 진정 국면으로 해석했다. VKOSPI는 3월 초 80을 웃돌며 과거 위기 수준을 반영했다가 최근 57 수준까지 하락했다.

변 연구원은 이미 지난 3월 시장이 상당한 수준의 공포를 선반영한 만큼, 단기간 내 다시 같은 수준의 극단적 공포를 반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VKOSPI의 완만한 하락은 시장 변동성이 점진적으로 축소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읽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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