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세수·초과이익 완전히 다른 개념”…회계전문가가 본 ‘AI 국민배당금’ 혼선

주식

이데일리,

2026년 5월 13일, 오후 07:04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배당금’ 논의 바탕은 기업의 초과 ‘이윤’이 아니라 초과 ‘세수’ 개념이라고 진화에 나선 가운데, 회계업계에서는 용어가 혼재되면서 시장 불안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기업이 낸 세금을 활용한다는 의미인지, 기업 이익 자체를 추가 환수한다는 의미인지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 사이 혼선이 빚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7822.24)보다 179.09포인트(2.29%) 하락한 7643.15에 장을 마쳤다. (사진=뉴시스)
13일 A 회계전문가는 이데일리에 “회계학적 관점에서 보면 용어 혼선으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 주식회사 제도와 주주 자본주의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세금 걷었는데 또?”…‘초과이윤’ 표현에 시장 민감

그는 손익계산서상 기업 이익이 배분되는 구조를 먼저 설명했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제외하면 매출총이익이 나오고, 여기서 판매관리비와 인건비 등을 차감하면 영업이익이 산출된다. 이후 법인세를 납부하고 남은 최종 이익 범위 내에서 주주 배당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이 이익을 내면 세금을 내고, 이후 남는 몫이 배당으로 이어지는 것이 회계와 주식회사 제도의 기본 구조”라고 말했다.

A 전문가는 ‘초과 이윤’이라는 표현이 사용될 경우 시장에서는 기존 자본주의 질서와 다른 신호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역대급 실적을 내면 정부 역시 법인세를 통해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초과이윤’이라는 표현은 이미 법인세를 거둔 이후에도 국가가 기업 이익에 추가로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횡재세’ 논의와 유사하게 받아들일 여지도 있다는 설명이다. 횡재세는 전쟁·재난 등 외부 요인으로 기업이 자체 노력과 무관하게 과도한 이익을 얻었을 때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뜻한다.

◇‘배당금’ 표현도 혼선 초래 가능성…“정부가 주주처럼 보일 수 있어”

특히 ‘배당금’이라는 용어 역시 혼선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배당은 기본적으로 주주에게 귀속되는 몫이기 때문이다. A 전문가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주주가 아닌데도 기업에 추가 배당을 요구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차라리 세수를 논의할 것이었다면 AI세나 로봇세처럼 별도 개념으로 접근하거나, 미국 사례처럼 국가가 지분을 인수한 뒤 주주 자격으로 수익을 요구하는 방식이 훨씬 자본주의적인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약 9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연방 지원금을 인텔 지분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약 10%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즉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주주 지위를 확보한 구조다. 이 경우 인텔의 초과 이익에 대한 배당을 요구하더라도 정부가 실제 주주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논리라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은 정부가 기업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 표현이 먼저 나오다 보니 시장 혼선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8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 “초과세수 논의 취지” 진화…증시 변동성은 확대

논의 출발점은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 11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 글이다. 해당 글에서는 ‘국민배당금’(가칭)이 제안됐고, ‘초과세수’, ‘초과이윤’, ‘초과이익’ 등 여러 개념이 함께 등장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용범 실장이 한 말은 ‘AI 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세수를 국민배당하는 방안 검토’”라며 “일부 언론이 이 발언을 편집해 ‘김 실장이 기업의 초과이윤을 국민배당하는 방안 검토를 주장했다’는 음해성 가짜뉴스를 유포했다”고 적었다. 이어 “김 실장이 이를 부인하고 초과세수 배당 검토 주장이었다며 해명 아닌 설명을 친절하게 했다”며 “관련 보도까지 났음에도 여전히 이런 음해성 보도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덧붙였다.

전 거래일인 12일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장 대비 6.92% 오른 70.1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전쟁발 증시 폭락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미래 변동성 기대치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통상 주가 급락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옵션 수요가 늘수록 지수가 상승해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린다. 이날도 VKOSPI는 오후 3시 기준 7.40% 오른 75.33을 기록 중이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11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을 제목으로 작성한 메시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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