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매각 성사로 회생 불씨를 살린 홈플러스가 대주주와 최대 채권자 간 갈등에 직면했다. 메리츠금융이 긴 침묵을 깨고 1000억원의 브릿지론 카드를 던졌지만, MBK파트너스의 목줄을 죄는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양측의 수싸움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단기 유동성 절벽에 가로막힌 홈플러스는 임금 체불 등 고사 위기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는 최근 1000억원 규모의 2~3개월 초단기 운영자금 대출(브릿지론) 지원 가능성을 홈플러스에 제시했다. 브릿지론 조건으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매각 대금 유입 시 즉시 조기상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및 경영진 개인의 연대보증 △DIP대출과 유사한 수준의 이자율 등이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가 홈플러스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낸 건 지난해 3월 홈플러스 회생이 개시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홈플러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는 그간 DIP 대출 참여 등을 요구하는 대주주와 노조 등의 요청에도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다만 최근 정치권과 노조 등을 중심으로 압박이 거세지자, 정부의 포용적 금융 기조의 일환으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확실하면 보증 서라” vs “과도한 요구”
다만 홈플러스의 단기 유동성 공급을 위한 브릿지론 협상은 험로가 예상된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측은 메리츠가 조건으로 내건 ‘연대보증’ 조건을 두고 이미 제공할 수 있는 담보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항변한다. 하림그룹의 익스프레스 인수 의지가 확고해 6월 말 매각대금 유입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굳이 대주주 확약이나 경영진 개인 연대보증까지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실제 홈플러스 회생 절차 진입 이후 김병주 MBK 회장은 600억원 규모의 DIP 대출에 대해 개인 지급보증을 섰다. 기존 DIP 대출 과정에서 김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이 자택까지 담보로 내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보증을 설 경우, 기존 보증의 우선순위가 뒤엉키거나 법적 절차상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수 있어 물리적으로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메리츠의 입장도 분명하다. 이번 요구가 무리한 조건이 아닌,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M&A 브릿지론에서 GP(운용사) 차원의 연대보증이나 확약은 지극히 필수적인 절차이며, MBK의 주장대로 대금 유입과 딜 종결성이 확실하다면 보증을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메리츠는 MBK가 대안으로 제시한 ‘부동산 후순위 수익권 질권’에 대해서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메리츠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전단채 투자자 등 다른 후순위 채권단으로부터 “선순위인 메리츠가 권한을 남용해 또다른 담보를 독식한다”며 배임죄 등으로 고소·고발을 당할 위험이 커질 수 있어서다.
메리츠 관계자는 “이행보증은 대주주인 MBK의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기 때문에 배임이나 주주설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메리츠는 긴급자금 지원 검토에 착수하는 등 최선을 다해왔다”고 설명했다.
◇잔금까지 남은 한 달…잔고 바닥난 홈플러스
문제는 고래들의 싸움 속 홈플러스의 현금 금고가 완전히 바닥났다는 점이다. 법원이 회생 기한을 2개월 연장해줬지만, 이는 하림이 잔금을 치르는 6월말에서 7월초까지 홈플러스가 존속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1일 임직원 급여 지급을 하지 못 했고 이달 급여 역시 지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홈플러스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익스프레스 영업양수도 계약이 이미 체결돼 있고, 6월 말까지 거래를 마무리하여 그 대금이 들어오게 된 것을 고려하고, 개인 등은 이미 다른 운영자금 지원을 위하여 연대보증을 제공한 상황이라서, 부동산 후순위 수익권에 대한 질권을 연대보증 대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이 되면 실제적으로 한 달여 남은 짧은 기간이 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영업양수도 대금으로 조기상환하는 조건의 메리츠금융그룹의 대출을 수용하는 것은, 임금체불과 상품대금 미납 등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는 홈플러스의 회생을 이어가는데 심각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IB업계 관계자는 “MBK의 요구대로 메리츠가 보증 없이 돈을 빌려준다면 배임죄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며 “메리츠는 리스크 제로가 아니면 돈을 안 주겠다는 것이고, MBK는 이미 줄 수 있는 보증은 다 줬다는 입장이라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