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분을 판 카카오와 산 하나금융 주가는 모두 공시 당일(15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양사가 얻은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겨진 재무적 부담과 전략적 의구심이 시장의 실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후 2시 6분 현재 카카오는 전일 대비 3.64%(1600원) 내린 4만2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하나금융 역시 2.69%(3200원) 내린 11만5800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 15일 각각 카카오가 4.24%, 하나금융이 5.93% 급락 마감한 데 이어 이틀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5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던 두나무 지분 6.55%(228만4000주)를 하나금융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처분 금액은 약 1조원으로, 처분 예정일은 오는 6월 15일이다. 카카오는 2013년 카카오벤처스(구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 두나무에 2억원을 투자했고, 2015년 33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지분을 확대했다. 이후 2022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해당 지분을 이관받았다.
◇500배 수익에도 카카오에 냉담한 시장
이번 매각으로 카카오는 원금 대비 500배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 카카오는 이번에 확보한 현금 1조 원을 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 성장 동력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1조원의 현금 유입보다 카카오의 재투자 비전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가 보여준 거버넌스 리스크와 신사업 전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로 인해 시장의 신뢰가 이미 훼손된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실탄을 확보했음에도, 해당 자금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거나 확실한 AI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딜의 이면에 얽힌 전략적 역학관계도 실망감을 키웠다. 최근 두나무는 장외시장에서 기업가치가 최대 15조원까지 거론되는 등 몸값이 피크를 향해 가고 있다. 특히 최근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과 전격적인 지분 교환 및 사업 제휴를 추진하면서 두나무를 둘러싼 플랫폼 패권 구도가 급변했다는 점에서 카카오가 경쟁 구도에서 밀려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전통적 동맹이었던 두나무가 경쟁사인 네이버와 손을 잡으면서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기 껄끄러워졌을 것”이라며 “가장 몸값이 높을 때 구주 매출에 나선 것이지만,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핵심 플랫폼 연합군에서 밀려나며 결국 미래 성장 엔진 하나를 상실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도 ‘미끌’…매크로 원인 분석도
두나무 지분을 사들인 하나금융 역시 재무적 규제와 주주환원 위축 우려가 동시에 켜졌다. 통상 은행이 자산을 매입하거나 대출을 집행할 때는 바젤III 규제에 따라 자산 위험도만큼 가중치를 곱해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정한다. 우량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위험가중치가 20~30% 수준에 불과하지만, 비상장 주식은 통상 최고 수준의 위험가중치(300~400% 이상)가 적용된다. 두나무 지분의 경우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돼 RWA를 급격하게 팽창시키는 요인이 된다.
다만 최근의 주가 하락은 매크로 요인에 의한 일시적인 영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 주가가 하락한 것은 두나무 지분 인수보다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으로 상승한 영향”이라며 “하나금융의 두나무 투자는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종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위해선 AI·커머스 수익화가 확인되는 것이 선제 조건”이라며 “2분기를 시발점으로 AI가 광고·커머스의 성장과 적극적으로 결합될 경우 주가의 적극적인 리레이팅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