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주주동의 의무화 필요…지배주주 표결 배제도 방안”

주식

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전 10:46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중복상장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자회사 상장 시 주주동의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다만 보호 수준과 기업 자율성 간 균형을 고려해 다양한 방식의 제도 설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에서 업계 및 학계 관계자들이 패널토론을 진행 중이다. (사진=신하연 기자)
남 연구위원은 “중복상장 제도 개선은 신규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익이 훼손되거나 희석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며 “2020년 전후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이른바 ‘쪼개기 상장’ 논란 이후 관련 제도 개선이 이어졌지만 일반적인 자회사 상장과 지배·종속회사 관계에서도 추가적인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주주 보호 실효성과 기업 자율성, 글로벌 스탠더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핵심 쟁점”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 이해상충 완화 차원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연구위원은 중복상장 과정에서 주주동의를 어떤 수준까지 의무화할 것인지와 관련해 △이사회 자율 판단 중심 △거래소 판단에 따른 부분적 의무화 △원칙적 전면 의무화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 침해 가능성과 기업 자율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자율화 방안은 상법 개정으로 강화된 이사회의 주주충실의무를 전제로, 이사회가 주주 보호 방안 마련과 주주 소통 절차를 충분히 수행했다면 별도의 의무적 주주동의 없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미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이사회가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그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필옵틱스의 자회사 현물배당 사례 등을 예로 들었다. 다만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지, 사후 소송을 통한 주주 보호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고 설명했다.

부분적 의무화 방안은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에 한해 거래소 판단 아래 주주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핵심 사업이나 성장동력과 직결된 경우에는 주주동의를 받도록 하고, 자회사 규모나 비중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 연구위원은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 침해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주주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반면 자회사 독립성이 높고 자산·매출·이익 비중이 현저히 낮다면 자율 절차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면적 의무화 방안은 자산·매출·이익 규모가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인 극단적 예외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모두 주주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는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한 보호 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IPO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벤처캐피탈 등 모험자본 투자 위축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주주동의를 실제 제도화할 경우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는 △상법상 특별결의 △지배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 적용 방식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만 참여하는 비지배주주 다수결(MoM·Majority of Minority) 방식 등을 소개했다. 각각 일반주주 보호 수준과 기업 부담, 의사결정 안정성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남 연구위원은 “특별결의는 국내 회사법 체계에서 50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영된 방식이라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국내 상장사 구조에서는 일반주주 보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룰 적용 방식은 지배주주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지만 정족수 미달과 규제 회피 가능성이 문제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소수주주 다수결(MoM) 방식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영국·홍콩 등 주요국에서는 지배주주를 배제한 일반주주 다수결 방식을 핵심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일반주주 보호 장치로 평가받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실제 안건 통과 가능성이 낮고 비용 부담도 상당한 데다 일반주주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며 “주요 국가들 역시 금융 경쟁력 저하 우려 등을 이유로 일부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복상장은 모회사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자회사를 별도 상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쪼개기 상장’ 논란과 함께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은 올 7월 시행을 목표로 ‘중복상장 원칙 금지, 일부 예외 허용’을 골자로 한 세부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거래소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한 학계와 업계 관계자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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