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필요하지만 준비 먼저”…업계, “인프라 정비가 우선” 한목소리

주식

이데일리,

2026년 5월 26일, 오후 07:33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결제주기가 하루로 단축되면 결제 위험과 증거금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후선업무 처리 시간 압축과 외환·대차거래 구조 개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T+1) 토론회’에서 국내 주식시장 T+1 전환의 기대효과와 위험요인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T+1) 토론회’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하연 기자)
◇‘증시 결제주기 단축 토론회’ 개최…“유동성 개선 기대”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글로벌 결제주기 단축 흐름과 국내 주식시장 T+1 전환의 기대효과 및 선결과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최욱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 부장은 미국과 북미 시장이 지난해 T+1 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유럽연합(EU)과 영국, 스위스 등이 2027년 10월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역시 최근 2027년 4분기 이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시아권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부장은 “결제주기 단축의 문제는 이제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았다”면서도 “아시아권의 시차와 외환시장 접근성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노 연구위원은 결제주기 단축의 기대효과로 결제 리스크 감소와 증거금 부담 완화, 투자자 유동성 개선 등을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T+1 전환 이후 청산기금이 약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도대금을 하루 빨리 받을 수 있어 유동성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노 연구위원은 지난해 기준 일평균 결제대금과 기준금리를 적용할 경우 하루 약 7400만원 규모의 유동성 개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후선업무 처리시간 단축에 따른 결제 실패 위험과 외환시장 접근성, 대차거래 시스템 개편 등은 핵심 과제로 꼽혔다. 노 연구위원은 미국 사례를 참고해 외화송금 자동처리(STP) 기반 자동화 시스템 구축과 메시징 표준화, 처리 용량 증설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외환 결제 주기와 주식 결제 주기가 어긋날 가능성이 큰 만큼 외환시장 인프라 개선과 해외 투자자·수탁기관 간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시장 충격 최소화 위한 인프라 정비 선결돼야”

주제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결제주기 단축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프라 정비와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노승진 미래에셋증권 본부장은 외국인 투자자 결제 처리 효율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차라는 물리적 제약 속에서 여전히 수작업 기반 결제확인 프로세스에 의존하고 있다”며 “전산 자동화가 확립되지 않는다면 T+1 체제에서는 이런 지연이 곧바로 결제 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외국인 고객과 증권사, 수탁기관 간 오퍼레이션이 실시간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각 기관의 대응 방향과 전산 구축 일정 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은아 SK증권 IT인프라본부장은 “결제주기가 단축되면 ETF 설정·환매 과정과 대차거래 리콜 대응 시간이 줄어 결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대차 시스템 자동화와 담보 관리 체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미강 SC은행 이사는 외국인 투자자 관점에서 환전 및 외환 결제 구조 문제를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시장 인프라 개선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결제 실패 증가로 한국 시장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결제주기 단축 시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 수요가 특정 시점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 변동성과 외환 결제 비용 증가가 한국 시장 투자 비중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개인투자자 측에서는 조기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개인 투자자 패널로 참석한 이정윤 세무사는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 수가 1500만명 수준에 달하는 만큼 T+1 전환의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는 개인 투자자”라며 “매도대금을 하루라도 빨리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편익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결제주기 단축은 수백만 투자자의 자금 운용 자유를 돌려드리는 일”이라며 “현재 내년 10월 정도로 예정된 도입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제 T+1 결제는 일부 시장의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며 “외환·청산·결제 인프라 정비와 시장 참여자 간 협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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