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이사회 의장 분리, 일률적 적용보다 기업 상황 맞춘 판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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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5월 29일, 오전 09:32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이른바 ‘분리 모델’이 글로벌 지배구조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기업들도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한국ESG기준원 모범규준도 두 직위를 분리하면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이사회의 경영진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다만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일반적인 국내 현실에서는 직함만 나누는 식의 형식적 분리로는 실질적인 견제 장치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삼일PwC 거버넌스센터)
삼일PwC 거버넌스센터가 최근 발간한 ‘거버넌스 포커스’ 제35호에서 김화진 미시간대 법학전문석좌교수는 ‘이사회 의장, 누가 맡아야 할까’를 주제로 기고해 CEO·이사회 의장 분리 모델의 한계와 현실적 대안을 짚었다. 김 교수는 분리 모델이 원칙적으로는 바람직한 지배구조로 평가받지만, 기업가치와의 상관관계는 사업 내용과 소유 구조에 따라 달라 학계 연구 결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너가 의장을 맡고 CEO의 독자적 존재감이 미약하거나, 오너가 CEO를 겸임하면서 의장이 인사권 등 실질 권한 없이 회의 진행에만 그치는 경우 사실상 분리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분리 모델이 오히려 리더십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책임 소재를 희석시킬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와 삼일PwC는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대안으로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제안했다. 선임사외이사는 이사회 의장은 아니지만 사외이사를 대표해 회의를 주재하고, 사내이사·경영진과의 소통 가교이자 주주와 이사회 간 창구 역할을 맡는다. 위기 상황에서는 이해관계자 간 조정자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사회 의장을 사내이사가 겸임하는 구조에서 선임사외이사를 두면 이사회 내 논의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고, 독립성을 갖춘 소수 핵심 그룹이 형성돼 형식적 지배구조를 넘어서는 거버넌스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법적 기반도 마련돼 있다. 금융회사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CEO·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을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반드시 선임해야 하며, 그 업무로는 사외이사회 소집·주재, 사외이사의 효율적 업무수행 지원, 책임성 제고 지원 등이 규정돼 있다. 비금융회사 역시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 개정을 통해 유사한 제도를 자율 도입할 수 있다.

삼일PwC는 당장 분리 모델 도입이 부담스러운 기업이라면 선임사외이사 제도로 이사회 독립성을 보완하고, 중장기적으로 각사의 소유·지배 구조와 사업 특성에 맞춰 CEO·의장 분리 여부를 단계적으로 검토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기고문은 삼일PwC 거버넌스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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