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정 회계사 끌어안는 회계법인…전문가들 "미봉책, 선발 축소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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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6월 04일, 오후 04:22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금융당국과 회계업계가 ‘미지정 공인회계사’ 문제의 해법으로 회계법인에 수습 TO를 배정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공인회계사 시험 선발 인원 자체를 조정하고 감사보수를 현실화하는 등의 근본적인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공인회계사 자격·징계위원회를 열고 ‘공인회계사 수습 안정화 방안’을 확정했다. 장기간 수습처를 찾지 못한 이른바 미지정 회계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회계사 수습기관을 확대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 회장이 회계법인별로 신청자를 받아 수습 TO(정원)를 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기존 회계법인, 감사반, 한공회, 금융감독원 등에 한정된 수습기관이 국회·법원·국민연금공단 등 합격자 선호기관과 한공회 추천기관으로 넓어진다.

특히 시험합격 이후 2년 이상 실무수습을 받지 못해 미지정 기간이 장기화된 합격자들에 한해, 한공회에 신청 시 수습처를 배정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배정 기관은 주권상장회사 감사인으로 등록된 회계법인들이며 한공회 회장이 매출액 비중만큼 TO를 할당한다. 이는 대형 회계법인인 ‘빅4’(삼일·삼정·안진·한영)를 중심으로 사실상 인력을 흡수하도록 하는 구조로, 수습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하는 회계법인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익명을 요구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웬만한 수습 회계사들은 빅4에서 수습 교육을 받고 싶어 한다. 당연히 빅4에게는 부담이 된다”면서 “다른 중·소형 등록 회계법인으로도 신청을 유도하는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빅4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인건비 부담이 더해지는 건 맞지만, 후배 회계사들과 업계를 위해 일정 부분 희생을 감수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한시적으로 버텨보자는 인식이지만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 급여 동결, 정규직 전환율 조정 등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수습 회계사 입장에선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현재 누적된 미지정 회계사들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법 중 가장 강도 높은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과선발된 인원을 근본적으로 줄여나가지 않으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는 “인공지능(AI) 도입 이후에도 회계사가 담당해야 할 핵심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 대학 교육과 시험, 수습까지는 공적인 양성 시스템의 일부라는 인식 아래 인력을 안정적으로 키우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궁극적인 해법은 수요에 맞춰서 공급 인원을 조정하는 건데 현재로 봤을 때는 줄이는 게 맞다”며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 인원을 과도하게 뽑아 재고를 쌓아둔 상태에 가깝다”고 했다.

감사보수의 현실화 없이는 회계법인의 수습 수용 여력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기영 명지대 교수는 “우리나라 감사보수는 수년 이상 제자리다. 그 결과 회계법인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인건비 부담만 키우는 구조가 됐다”면서 “감사보수가 현실화돼야 회계법인이 양질의 인력을 충분히 채용·수습시키고, 나아가 시장 전체의 회계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인회계사 합격자는 실무수습기관에서 수습기간을 거치고 나서야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 기관을 찾지 못하면 미지정 회계사로 남는다. 미지정 회계사 문제는 회계업계에 불황이 들이닥친 데 더해 회계사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발생했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미지정 2년차 회계사들은 171명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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