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쇼어스에 위치한 오라클의 옛 본사 건물. (사진=AFP)
대규모 투자 계획의 배경에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장이 있다. 오라클의 회계연도 4분기(5월 31일 종료) 자본적지출(CAPEX)은 165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557억달러로 기존 계획(500억달러)을 웃돌았다.
회사는 기존 데이터베이스 중심 사업에서 AI 클라우드 및 인프라 공급자로 사업 축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특히 오픈AI와 약 3000억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 관련 설비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해당 계약은 오라클이 선투자 구조를 부담하는 형태로 자금 소요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은 투자 확대 속도에 비해 매출 가이던스가 상향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오라클은 내년 회계연도 매출 전망을 약 900억달러 수준으로 유지했다. AI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존 전망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실적 자체는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4분기 매출은 192억달러(약 29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11달러로 예상치(1.97달러)를 상회했다. 연간 매출 역시 674억달러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AI 수요가 반영된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은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해당 사업 매출은 58억달러로 전년 대비 93% 증가해 시장 예상치(91%)를 넘어섰다.
향후 인식 예정 매출을 나타내는 수주 잔고(RPO)는 6380억달러(약 970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주요 고객사의 AI 인프라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성장세 보단 투자 부담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오라클 주가는 정규장에서 2.21% 내린 201.26달러로 마감한 데 이어 다음날인 11일에는 8.53% 급락 마감했다.
다만 증권가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가에 과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장문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용량 확충 과정 속 단기 마진 압박은 지속될 전망이나, 순차적으로 가동률이 높아짐에 따라 FY(회계연도)2027~2028년에 걸쳐 수익성의 빠른 개선이 기대된다”며 “AI 인프라 수요의 구조적 성장과 ‘OCI’(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 플랫폼)의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감안 시 중장기 성장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김재임 하나증권 연구원은 “막대한 RPO를 바탕으로 향후 클라우드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 상승이 예상되기에 중장기적으로 주가 업사이드 높다는 기존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고성장 기업으로 전환 되는 국면에서 뚜렷한 ‘Beat & Raise’(실적 상회와 가이던스 상향)를 입증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향후 중요한 관건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그는 △느린 매출 전환 속도 △레거시 부문과 SaaS 사업 불확실성 △대규모 자본지출 부담을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