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창구마저 막힌 BBB급…‘자력갱생’ 못하면 퇴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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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전 06:45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연초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와 중앙그룹의 도미노 법정관리 신청으로 크레딧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한때 BBB급 시장의 버팀목이던 기업들이 연쇄 붕괘하면서 비우량채 시장 전반이 마비됐지만, 이들을 받쳐줄 정책적 안전망과 민간의 최종 보루도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자력으로 유동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회사채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비우량채 발행 기업들이 기댈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은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겠다는 취지로 매년 수조원 규모의 P-CBO를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금줄이 절박한 BBB급 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한 자산운용사 크레딧 연구원은 “신보 P-CBO는 재무 상태가 이미 악화 기로에 접어든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해 자산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적격성 심사 문턱을 극도로 높여 잡는다”며 “지원이 가장 필요한 한계 기업일수록 정책 금융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구조적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겉도는 사이, 민간의 최종 수요처마저 문을 닫았다. 그간 고위험·고수익을 노리고 BBB급 이하 비우량채를 받아내던 하이일드 펀드마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관리를 보수화하기 시작하면서다. BBB급 이하 기업들이 아무리 높은 금리로 자금 조달을 시도하더라도, 원금 회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베팅할 기관들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의 유동성 경색 신호에도 통화당국은 적극적인 개입엔 신중한 모습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채권시장 안정 조치의 유효성을 묻는 질문에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장은 시장 참여자들끼리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 안 할 때는 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과거 레고랜드 사태처럼 RP 매입이나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 등의 카드를 꺼내들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한 셈이다.

크레딧 전문가들은 하반기 BBB급 시장에서 단순 고금리 제시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고 지적한다. 정부 정책과 중앙은행, 민간 수요라는 삼각 축이 동시에 막히면서다. 핵심 자산 매각이나 대주주 차원의 유상증자 등 자력을 통한 확실한 유동성 자구안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회사채 시장에서의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후광이 없는 독립계 BBB 기업들의 조달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는 비우량 기업들이 자력으로 생존하느냐, 시장에서 퇴출당하느냐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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