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산업계는 냉방 수요가 집중되는 여름철 요금 부담을 덜게 됐지만, 한전의 재무 정상화 과제는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연료비 조정요금은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장치로, 분기마다 산정되는 연료비조정단가에 따라 결정된다.
한전과 정부는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벙커C유(BC유) 등 주요 발전연료의 최근 시세 변동을 반영해 매 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산정한다. 산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1킬로와트시(㎾h)당 마이너스(-) 3.4원으로 계산됐다. 국제 연료가격 하락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한전이 그동안 부담해 온 미회수 원가와 누적 적자 상황을 고려해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 수준인 ㎾h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다른 요금 항목에 대한 조정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이에 따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13분기, 산업용 전기요금은 7분기 연속 유지된다.
이번 결정으로 가계와 산업계는 여름철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덜게 됐다. 특히 3분기는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집중되면서 연중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소비자물가와 기업 생산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전기요금 동결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커지는 기준점으로 계통한계가격(SMP) 연평균 ㎾h당 150원 수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올해 5월 기준 SMP는 평균 121원 수준이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완화와 국제유가 안정세도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한전의 수익성 악화 우려는 여전하다. SMP는 지난해 말 90원 수준에서 최근 120원 안팎까지 상승하며 전력구입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일일 최대 SMP가 158.22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기요금이 동결된 가운데 발전 원가가 상승할 경우 한전의 수익성은 다시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 효과와 연료가격 안정 등에 힘입어 13조 5000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약 206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으며, 이에 따른 막대한 이자비용도 부담하고 있다. 전기요금 안정과 물가 관리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지만, 한전의 재무 정상화와 원가 회수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전기요금은 묶여 있어 다시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물가 안정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원가 회수와 재무 정상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